꽃샘추위
봄이 오려면 기다림이 익어야 한다.
잠깐 겨울이 떠난 듯 포근한 날씨에
가벼운 몸으로 뜀이라도 뛰어도 좋을 만큼
하늘이 머리 위에 파랗게 물들였다.
봄이 오려면 멀었을까.
한낮 기온이 조금씩 찬바람에 섞이더니
흰 눈에 찬 기운이 몰려온단다.
꽃샘추위라.
꼭 한 번은 겨울의 시샘으로 봄이 주춤하고
앞으로 옮겨 놓은 가벼운 봄 것은
조심히 뒤로 물러나 앉는다.
계절은 늘 거짓 없이 차례로 자리바꿈을 하며
내어 놓을 것, 가져갈 것.
잘도 챙겨서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온 세상이 순리대로 돌고 도는데
사는 삶은 늘 내 중심이 아니다.
봄처럼 기다리면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듯
내 세상도 내가 하는 만큼 내 차리가 편하길.
겨울이 가는 길목에 서서 먼발치 봄을
기다린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