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동물농장, 수리부엉이
작은 발에 힘을 주고 가냘픈 날갯짓으로
태어난 둥지를 떠나 공간 위로 몸을 띄웠다.
높이 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전
건너편 벽에 부딪쳐 땅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심장을 달래며 풀숲에 숨었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내밀었다.
형은 저 멀리 산속에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아빠는 문밖에 나와 둘째 오는 양을 보고 있다.
새벽, 불빛도 사람들의 발소리도 조용하지만
낯선 공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한번 벽에 부딪치자 용기가 사그라들어
한발 떼기가 무섭다.
다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영차, 결심이 발에 힘을 주고
집을 내주고 눈으로 보살핀 사람들의 정성에
풀숲에서 나왔다.
버거운 작은 계단을 발판으로 한발 한발
작은 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잠시, 길을 잘못 들어 몸도 지쳐 두 눈이 무겁다.
위기에 꼭 더 큰 위기가 오는 법.
길고양이가 이유 없이 해코지를 하려 든다.
식겁한 순간, 호통치는 엄마의 목소리.
새삼 용기가 난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 걸음씩 떼다가 산을 향해 연약한 날개로
입구까지 도착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숨을 고르며 뒤돌아 보았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움직임에 응원을 보내는 숨죽인 눈빛에 마지막 감사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 형이 기다리는 집으로
힘차게 걸었다.
<대문 사진, SBS TV 동물농장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