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깊이
비가 오는 날,
두 개의 우산을 나란히 펴고 걷다가
슬며시 하나를 접어 어깨를 나란히 걷는 사람
세상이 온 마음을 흔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보일 듯 보이지 않게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
아무것도 없는 두 손을 꼭 잡고
눈앞보다 조금 멀리 가리키던 사람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지 않고
눈 안에 달아 늘 보여주던 사람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도
말없이 곁을 지키던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는지,
그였는지.
무게와 깊이를 재는 순간,
산산이 부서진 마음은
퍼즐로 흩어져 더 이상 맞출 수 없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