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간다.
벽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가 숨 가쁜 숨을 쉬고
한밤 온도를 낮추는 소나기가 새벽을 향했다.
숨을 곳도 없는 여름의 공기는 물들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에 햇살을 끌어들이고
하릴없이 고운 볼우물에서 시간을 길어내어
가을이 오는 길을 쓸고 닦았다.
열기가 채 식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니
공연히 한숨 섞어 끊어지지 않는 운명을 노래했다.
<사진 출처/Pixabay>
<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16년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시인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가수 먼데이키즈의 음악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