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가을처럼..
줄을 지어 서 있는 책장 사이로
걷는 걸음을 따라 시간이 흐른다.
곡비처럼 함께 울던 시집에 마음 점을 찍고
다 내놓지 못한 에세이에 책갈피를 꽂았다.
놓았다가 들었다가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로
채 읽지 못하고 웃음 안에 빗물로 그림을 그렸다.
놓지 못한 시간은 늘 방심한 심장을 뚫어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한 손 집고 일어나 애써 무릎을 세우고
힘겨운 걸음을 시작했다.
가을은 소설처럼..
끝을 향해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것
읽다가 차마 못 읽고 덮은 새드엔딩보다
빛이 보이는 우수아이아 끝 얼다가
녹은 빙하가 새로운 물길을 가듯.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