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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땡기는 음식

토스트

by 봄비가을바람

음식은 삼시세끼 하루를 이어나가는 생명줄의 기본이며 삶의 의욕을 재는 척도가 된다.

하루를 시작해 "바쁘다.", "시간이 없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먹어야 힘이 난다는 것을 안다.

"밥 먹었어?'를 인사로 대신하는 우리는 식사 여부를 물어 그 사람의 안녕을 가늠한다.



6년 전쯤 아버지의 지금 병명을 정확히 진단받기 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입원 후 전원하여 지금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까지 2주 정도 입원한 병원이었다.

그때 병원 1층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를 팔았는데 병원 밥이 입에 안 맞는 아버지는 집에서 가져오는 반찬도 병원 맛이 난다고 때아닌 밥투정을 하셨다.

국수 국물을 정확하게 멸치로 육수를 냈는지 알아내고 국물 한 숟가락으로 식사를 끝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드실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따로 타박할 여력도 없어졌다.



저녁을 부실하게 드셨으니 8시가 되어 출출하신단다.

처음 병원 밥 힘들어할 때 한번 사다 드린 그 빵이 드시고 싶다는 것이다.

토스트에 햄과 치즈를 올리고 계란을 살짝 깨서 레인지에서 열기를 쐬어 반숙으로 익은 오픈 샌드위치 모양의 토스트였다.

아버지가 좋아하실 만한 재료 조합은 아닌데 아마도 짭짤한 맛 때문인 듯하다.

그 병원은 병실 두세 개 간격으로 간호사가 병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 그때 한창 드라마 페인까지 몰고 다니며 인기를 끌던 드라마의 중요 장면을 그 병원에서 찍는 날이었다.

재미와 사회성까지 갖춘 드라마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속편을 기다리고 있다.



간호사 눈치를 보며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렸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2층에서 내려 복도 끝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와 조심조심 카페로 가서 주문을 했다.

'무슨 미션 임파서블도 아니고.'

다시 토스트를 들고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12월이 막 시작된 무렵 추위가 매섭지는 않았지만 2층의 공기는 아버지의 입원실이 있는 7층과는 사뭇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있었다.

엄마가 입원했을 때 중환자실 앞에서 3개월을 넘도록 쪽잠을 자며 노심초사한 적이 있지만 절대 익숙해지거나 편해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양쪽으로 흩어졌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모이는 사람들 곁에서 혹시라도 토스트 냄새가 날까 안절부절못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와 아버지 앞에 따뜻한 토스트를 내놓았다.

미션 완성이 보람차게 맛있게 잘 드시고 잘 주무셨다.



그때 그 순간, 땡기는 토스트를 지금도 가끔 말씀하신다.

"그 빵, 진짜 맛있더라."









<대문 사진 출처/Pixabay>

지금은 드시면 안 되는 음식이기에

그때 그 토스트와 비슷한 것을 찾아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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