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 속에 수줍음을 감춘 너는..
꽃게가 도착했다.
철갑 속에 수줍음을 감춘 너는..
첫 대면에 싸움부터 걸 것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두 눈에 불을 뿜으며
두 팔을 내젓으며
겁을 주듯 달려들었다.
주춤 물러나 너 하는 냥을 보니
입에 거품까지 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발 뒤로 한 발 앞으로
오히려 너를 자극할 뿐 끝이 나지 않았다.
마음 굳게 먹고 나도 세게 나가니
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주먹을 풀었다.
얼큰하게 붉은 취기가 오른 너는
갑옷까지도 힘을 뺐다.
겉과 달리 속은 물러 터져
어디에서도 맥을 못 추겠다.
아하! 무릎 탁 치며
그래서 그리 첫인상이 사나웠구나.
걱정마라. 애쓰지 마라.
단 한 번도 너를 업신여긴 적 없다.
손대기 무서운 겉옷 안에
이렇게 여리고 수줍음을 감춘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