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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 속에 수줍음을 감춘 너는..

꽃게가 도착했다.

by 봄비가을바람



철갑 속에 수줍음을 감춘 너는..




첫 대면에 싸움부터 걸 것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두 눈에 불을 뿜으며

두 팔을 내젓으며

겁을 주듯 달려들었다.

주춤 물러나 너 하는 냥을 보니

입에 거품까지 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발 뒤로 한 발 앞으로

오히려 너를 자극할 뿐 끝이 나지 않았다.

마음 굳게 먹고 나도 세게 나가니

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주먹을 풀었다.




얼큰하게 붉은 취기가 오른 너는

갑옷까지도 힘을 뺐다.

겉과 달리 속은 물러 터져

어디에서도 맥을 못 추겠다.

아하! 무릎 탁 치며

그래서 그리 첫인상이 사나웠구나.

걱정마라. 애쓰지 마라.

단 한 번도 너를 업신여긴 적 없다.

손대기 무서운 겉옷 안에

이렇게 여리고 수줍음을 감춘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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