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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하고 라면 주세요.

김밥이 쉬운 음식이라고!?

by 봄비가을바람

"김밥하고 라면 주세요."

매주 두 번 정도 점심으로 먹는 음식이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點心)"는 점심은 잠시 쉼표를 찍고 쉬는 시간이다.

하지만 마음이 쉬는 시간조차 마음이 바빠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쉬엄쉬엄 먹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때우는 점심은 허기는 채우나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나마 김밥 덕분에 바쁜 점심이라도 먹을 수 있다.



우리 음식은 만드는 사람보다 먹는 사람을 배려한 음식이 많다.

김밥도 그러하다.

"선생님, 김밥 만들기 쉬워요?"

"아니요. 쉽지 않아요. 어려워요."

"오늘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한국 음식 중에서 무슨 음식을 만들 줄 아냐고 물어봤어요.

김밥이라고 말하니까 웃었어요."

학생과 둘이 똑같이 동시에 말했다.

"김밥 정말 어려워요."

코로나 시국 전에는 한국 음식 만들기 수업도 했었다.

수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한국어 수업이 낫지 음식 수업은 준비도 번거로워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업 후, 보람은 배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맏이에다 집안 살림을 맡아하다 보니 음식 수업도 할 수 있어 당황스러운 일은 없다.

다만, 안전사고는 늘 염려가 되어 주의를 기울인다.

재료 준비부터 학생 한 명 한 명 직접 해볼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짜고 다른 반 선생님과 협업으로 진행한다.

채소를 넣은 기본 김밥과 참치 김밥을 재료를 꼭꼭 채워 넣고 둘둘 말아 김밥집처럼 싸는 종이도 따로 해서 종류별로 두 개씩 가방에 넣어 가는 뒷모습을 보면 왠지 뿌듯하다.



김밥! 김밥! 둘둘 말아 김밥!

김밥 이야기를 하며 갑자가 이 말이 생각이 났다.

김밥은 신나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밖에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소풍 가는 날, 운동회가 있는 날.

"허허, 이게 김밥이구나."

할아버지도 그날은 아침 상에 올라온 김밥을 우물우물 잘 드셨다.

김밥을 마는 날이면, 엄마 옆에 바짝 붙어 김밥 꼬투리를 차지하려고 4남매의 자리다툼이 치열했다.

늘 첫 입은 막내 동생이 먼저였지만 누구 입 하나 잊지 않고 하나씩 참기름 내 고소한 김밥을 오물오물 먹었다.



김밥.

라면과 짝꿍이면 더욱 맛있는 김밥은 마음에 점을 찍고 쉬는 시간에 바쁜 걸음과 마음까지도 배려하여 허기로 빈 곳을 충분하게 채워주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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