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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5
끝나지 않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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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을바람
Dec 12. 2022
여울의 할머니가 며칠 편찮으셨다.
식사도 줄고 기운도 없고 자꾸 몸이 가라앉아 누워 계시는 게 편하다고 했다.
김장을 하고 나서 이번에도 긴장이 풀리신 건지, 아님 그날 복숭아나무집에 다녀오며 지난 시간이 되살아나서 마음으로 아프고 아프다 몸으로 아픈 건 아닌지.
여울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아버지께 연락하고 병원으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울아, 아니다. 괜찮다. 며칠만 지나면 돼."
여울의 할머니가 누워 있는 며칠 동안 복숭아나무집 할머니가 하루에 한 번씩 다녀 가셨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도 들르셨다.
"연희야, 제사 잘 모셨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복숭아나무집 할머니는 여울의 할머니 손을 잡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일이지만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일에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여울은 복숭아나무집 할머니를 댁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매번 오실 때마다
모셔다
드렸지만 오늘은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었다.
여울은 복숭아나무집 할머니, 우희 할머니와 팔짱을 끼고 할머니 속도에 맞춰 보폭을 줄였다.
"할머니, 저희 할아버지와 서, 서우진 할아버지는 어떻게 아시게 되었어요? 제가 알기로 저희 할아버지 고향이 이 동네는 아니라서요."
"그렇지. 본래 옆 동리 사람인데 우리 오라버니 사범 학교 동기동창이었지. 학교 때 만났지만 둘이 뜻이 맞아 자주 어울렸고 우리 집에 왕래도 잦았지."
"그럼,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그때 만나신 거예요?"
"그랬지. 석준 오라버니가 우리 집에 오면 자연스레 연희도 봤지. 늘 연희와 내가 붙어 다녔으니 당연한 일이었지."
"그때부터 두 분이 연애하신 거예요?"
"글쎄다."
우희 할머니는 말끝을 흐리고 더 잇지 못했다.
여울은 순간, 쓸쓸함과 슬픔이 두 사람의 사이에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제가 기일이에요?"
"글쎄다."
"네!? 어제 제사 잘 지내셨다고 하셔서..."
"전사 통지서에 적힌 날짜가 어제였지. 아직도 모른다.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사했는지."
여울은 우희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며 복숭아나무집을 한참 바라보았다.
왠지 여울의 할머니 집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온 동네가 실내뿐만 아니라 외양도 여느 도시의 단독주택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변했는데 그와는 너무 상반된 모습이다.
두 집만 옛날에 멈춘 것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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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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