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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인 건가.. 4
기적이 현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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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을바람
Jan 3. 2023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려나 보다.
오후부터 내리는 함박눈은 한밤중에도 포슬포슬 내려 아파트 여기저기에 쌓이고 어느새 눈사람과 눈오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눈길에 집을 나서는 것이 걱정이 되었지만 성진은 긴 패딩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휴대폰을 챙겨 들었다.
밖으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동안, 거리는 크리스마스 세상이었다,
건물 앞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로 도시 전체가 산타 마을 같았다.
하지만 성진은 거리 속에서 자신만이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주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병원에서도, 거리에서도 크리스마스가 연출되고 있었지만 지난주와 이번주는 완전히 다른 크리스마스였다.
기적은 현실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적이라고 하는 것일 게다.
아빠는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떠났다.
엄마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 밤, 응급 상황을 치르고 홀연히 엄마와 성진의 곁을 떠났다.
병원에 아빠가 있는 동안 성진은 당연히 느껴야 할 슬픔이 없었다.
성진이 말문을 연 첫 말은, "할미", "하비"였다.
보통의 아기들처럼 "엄마", 한참 후 "아빠"순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를 먼저 찾았다.
성진의 곁에는 늘 엄마, 아빠기 없었다.
가끔 엄마가 와서 있다가 낯가림에 익숙할 즈음 또다시 병원으로 갔기 때문에
성진은
엄마와도 늘 1m쯤 떨어져 있었다.
그날, 병원에서 엄마는 중환자실로 면회를 하면 항상 성진의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아빠 곁에서 보여주고 이야기해 주었다고 했다.
사고당한 날, 늦가을 가족 나들이 이야기와 꼬마 비행기의 웃음소리, 처음 다섯 걸음을 걸은 걸음마. 모두 성진의 이야기였다.
그 순간만큼은 초점 잃은 아빠의 눈이 사진 속 아기 성진을 그렁그렁한 눈으로 봤다고 했다.
성진은 갑자기 아빠가 떠나고 처음으로 후회를 했다.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병원에 가지 않은 게 너무나도 사무쳤다.
늘 엄마가 부르면 마지못해 가곤 했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내내 성진은 울었다.
이제야 아빠의 빈자리를 확실히 느껴서인지, 그동안 자주 아빠를 찾아가지 않아서인지.
아마도 두 가지 이유가 성진의 눈물의 이유일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떠난 후에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알았으면 어땠을까.
크리스마스는 기적의 날인데 왜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는지 크리스마스에 젖어있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런 성진을 다독인 것은 역시, 엄마였다.
"성진아, 아빠가 병원에 누워 있었지만 우리 곁에 있었고 그날 사고로 나와 너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는데 아빠의 운전으로 우리는 이렇게 함께 있잖니. 이건 아빠가 우리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고 기적이야."
엄마의 말에 성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지금까지 제대로 부르지 못 한 아빠를 목놓아 부르며.
지하철역 입구로 막 들어서려고 할 때였다.
"성진아!"
"엄마!"
"눈이 이렇게나 오는데 어디에 가는 거야?"
"엄마한테 가려고요. 엄마는요?
"너한테 가려고 했지."
함박눈처럼 포슬포슬 웃는 엄마를 보고 성진은 슬쩍 엄마의 짐을 받아 들고 엄마의 팔짱을 끼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겠지."
"네. 엄마, 메리크리스마스."
엄마는 성진을 보며 또 환하게 웃었다.
성진은 또 한 사람에게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했다.
<아빠, 메리 크리스마스.>
<출처/Pixabay>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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