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얼죽아세요?

때론 아이스아메리카노

by 봄비가을바람

"혹시 얼죽아세요?"

"아니요. 그렇지만 쪄죽아도 아니에요."


커피를 즐겨하지는 않는다.

"선생님, 커피 드릴까요?"

"그냥 물 주세요."

괜히 번거롭게 하는 게 미안해서 그렇기도 하고 말을 하는 일이니 커피보다는 물이 더 좋다.

하지만 하루에 한 잔은 마신다,

커피를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쓴 맛보다는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

"이 커피, 맛있다."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커피를 맛있다고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커피를 마시지.

쓴맛을 감춘 달달함에 마시는 걸까.

물론, 커피도 음료의 하나이니 맛으로 마시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분위기를 완성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어색한 사이에 경직된 분위기를 녹이고 지친 어깨를 잠시 쉬는 나만의 브레이크 타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쓴맛이든 단맛이든, 고소한 맛이든 신맛이든.

어떤 맛이라도 나를 쉬게 할 수 있다.



#커피에 관한 몹쓸 추억 하나

몇 년 전, 딱 이맘때 강릉 커피의 거리를 갔었다.

가기는 갔는데 못 갔다.

무슨 말인고하니 진눈깨비로 시작한 눈이 습기를 가득 머금은 함박눈으로 내리며 눈앞을 가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길을 홀딱 젖어서 한 시간 반이 넘는 길을 걸어 커피의 거리를 지나쳤다.

처음 목적지는 커피의 거리가 맞는데 날씨와 가이드의 판단 착오로 모처럼의 커피 향 나는 여행을 망쳐버렸다.

안목해변 끝에서부터 시작한 여정은 눈보라에 성난 파도와 뺨을 때리는 찬공기와 축축한 물기는 온몸을 무겁게 눌렀고 일행 중 몇몇은 점심 먹은 게 탈이 나기도 했다.

굳이 궂은 날씨에 돌고 도는 험한 길을 선택했는지 가이드를 탓하기 전에 커피의 거리 끝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겨우 버스에 올라 젖은 옷과 신발을 말렸다.

온몸이 으슬으슬하다가 후끈한 버스 안 공기 때문에 몸은 데워지는데 답답한 분위기에 뜬금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생각이 났다.

하나둘 몸이 녹자 서울로 향하는 내내 잠이 들었다.

잠결에 들으니 결국, 몇몇 선생님이 참고 참았던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중 유독 커피를 좋아하는 두 분은 기대가 깡그리 무너져 더욱 실망했다.

가이드는 제대로 된 사과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내려버렸다.

당연히 추후에 항의하였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없었다.

그 여행사를 통해 좋은 여행을 한 적이 있었기에 전혀 예상치 못 한 불편은 가이드의 불찰이 첫째인데 그 누구한테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커피만큼 씁쓸한 기억은 커피에 대한 이미지마저 쓰게 만들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가끔 얼죽아도 아니고 쪄죽아가 아니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땡긴다.

바깥의 쌀쌀한 공기와 달리 카페 안에는 뜨거운 공기로 숨 막힐듯한 답답함이 감돈다.

더구나 마스크까지 한몫을 하니 이럴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든 그냥 아메리카노든 그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온전히 쉼표를 찍는 휴식 시간이 커피가 주는 행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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