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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May 11. 2022

큰 외숙모의 작은 뚝배기

음식으로 아는 마음


 "아지매, 이거 짜다."

 "안 먹고 싶어. 엄마가 하면 안 짠데."

 "알았데이.어매한테 가 안 짜게 해 달라 케라."

 아침부터 서로 지지 않는 실랑이가 펼쳐지고 있다.

작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강된장을 보고 오늘은 집에 간다고 대놓고 밀린 음식 타박을 버릇없이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여름과 겨울에 각각 친가와 외가에서 방학 첫날부터 끝나기 전날까지 시골 나들이를 했다.

나들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긴 시간을 엄마와 떨어져 재미난 방학을 보냈다.

아이 넷에 그중 막내는 아직 어릴 때라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맏이는 좀 떼어 아도 될 성싶었나 보다.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큰 외숙모, 작은 외삼촌 내외, 외사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시간이었다.



 외숙모는 엄마한테는 친정 엄마였고 우리 넷에게는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두 살 터울의 조카와 컸다.

 외숙모는 아직 아들을 품기 전 아기 시누이를 먼저 품에 안았던 것이다.

 "오빠요, 술 좀 그만 드세요."

 "김실이, 니는 맨날천날 잔소리고."

"시매부는 술 안 자시니껴?"

작은 외숙모의 소심한 참견이 끼어들어야 엄마와 작은 외삼촌의 실랑이가 끝났다.

큰 외삼촌은 경찰이셨다.

6.25 한국 전쟁 당시에 참전하셨다가 소식이 끊겨서 큰 외숙모는 평생을 청상 아닌 청상으로 사셨다.



 우리 넷이 차례로 태어날 때도 항상 산바라지는

 외숙모가 하셨다.

린 시절의 기억 중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나의 실제 기억인지 아니면 어른들의 이야기로 저장된 건 지는 모르겠다.

 바닷가 방파제로 엄마는 나를 등에 고 바다 바람을 쐬러 나왔다.

우리 두 사람을 따라 소복을 입고 검은 머리에 은비녀를 곱게 올린 큰 외숙모가 하염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저 멀리 시선을 두고 옷고름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불안해 보였다.

 "아지매! 아지매!"

작은 손을 흔들며 그 옷고름을 잡려고 아니, 그렇게 멀리멀리 큰 외삼촌 따라갈까 봐 큰 아지매를 붙잡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와, 큰 아지매 어디로 내뺄까 봐 그러나."

웃으며 다가오는 큰 아지매 옷소매를 꽉 잡더란다.

 아지매와 작은 아지매, 큰집 아지매가 우리 집에 오면 늘상 날 앞에 앉히고는 그러셨다.

 "아지매가 어디 가쁘릴까 봐 그랬제?"



나와 큰 외숙모는 정말 외할머니와 외손녀 같았다.

엄마와 큰 외숙모는 딸과 친정 엄마 같았다.

큰 외숙모 댁과 작은 외삼촌 댁은 쪽문을 두고 위, 아래 집이었다.

엄마는 외사촌 언니가 있는 작은 외삼촌 댁에서 놀더라도 밥때와 잘 때는 꼭 큰 외숙모 하고 같이 하라고 했다.

나도 그 말을 곧대로 따랐다.

아마도 큰 외숙모가 어디로 가쁘릴 까 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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