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북장 익는 계절 2
맛과 냄새로 기억하는 음식
날이 점점 한겨울로 달려간다.
바람에 한기를 담으면
꿉꿉하고 쿰쿰한 내도 집안에 진동한다.
뜨겁다 못해 검게 그을린 아랫목에
겹겹이 덮어쓴 담북장이 다 띄워졌다.
누에가 실을 칭칭 감아 고치를 만들 듯
콩이 죽 늘어나는 진액을 만들어 내면
소금을 넣고 콩콩 찧는다.
너무 찧어도 안 되고 적당히 콩이 씹혀야 한다.
김장김치를 썰고
돼지고기 유퉁 살을 설겅설겅 씹히게
듬성듬성 썰어 넣고
담북장을 듬뿍 넣어 끓인다.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면
배에서 꼬르륵거린다.
겨울 배추를 데쳐 쫑쫑 썰어 무치고
물미역은 바다에 있을 때처럼 초록색이 나도록 살짝 데쳐 무친다.
무 구덩이에서 꺼낸 무를 채 썰어 무치고
서늘한 윗목에서 빛을 피해 숨어 있던
콩나물 한 움큼도 데쳐 무친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김장김치도
쫑쫑 썰어 놓는다.
아궁이 열기를 잠재운 부엌에서
밥 냄새가 솔솔 나면
담북장 비빔밥 밥상이 다 되었다.
나물을 골고루 넣고 담북장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볼이 미어지도록 한 입 넣고
또 넣고
한 그릇 뚝딱하고 그릇을 내민다.
니 배 터진다.
방귀 몇 번이면 긴 겨울밤이 가기 전에
또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