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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pr 25. 2022

담북장 익는 계절 2

맛과 냄새로 기억하는 음식


날이 점점 한겨울로 달려간다.

바람에 한기를 담으면

꿉꿉하고 쿰쿰한 내도 집안에 진동한다.

뜨겁다 못해 검게 그을린 아랫목에

겹겹이 덮어쓴 담북장이 다 띄워졌다.

누에가 실을 칭칭 감아 고치를 만들 듯

콩이 죽 늘어나는 진액을 만들어 내면

소금을 넣고 콩콩 찧는다.

너무 찧어도 안 되고 적당히 콩이 씹혀야 한다.

김장김치를 썰고

돼지고기 유퉁 살을 설겅설겅 씹히게

듬성듬성 썰어 넣고

담북장을 듬뿍 넣어 끓인다.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면

배에서 꼬르륵거린다.


겨울 배추를 데쳐 쫑쫑 썰어 무치고

물미역은 바다에 있을 때처럼 초록색이 나도록 살짝 데쳐 무친다.

무 구덩이에서 꺼낸 무를 채 썰어 무치고

서늘한 윗목에서 빛을 피해 숨어 있던

콩나물 한 움큼도 데쳐 무친다.

각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김장김치도

쫑쫑 썰어 놓는다.

아궁이 열기를 잠재운 부엌에서

밥 냄새가 솔솔 나면

담북장 비빔밥 밥상이 다 되었다.

나물을 골고루 넣고 담북장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볼이 미어지도록 한 입 넣고

또 넣고

한 그릇 뚝딱하고 그릇을 내민다.

니 배 터진다.

방귀 몇 번이면 긴 겨울밤이 가기 전에

또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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