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음식에도 힘이 있다.
10화
홍콩에서 컵라면이라니.
미식의 나라에서..
by
봄비가을바람
Apr 23. 2022
어디든 무엇이든 특유의 냄새가 있다.
좋은 냄새, 향기로 달콤하게 유혹하기도 하고 나쁜 냄새로 코를 움켜쥐게 하기도 한다.
여행을 다녀온 후 추억을
꺼내다 보면
그 도시의 냄새가 언뜻 스쳐 반가울 때가 있다.
홍콩(香港,HONGKONG), 향기 나는 항구라는 의미를 지닌 곳이라 그랬을 까.
홍콩에는 그곳만의 냄새가 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뒤엉커 살아내는 삶의 향내가 아닐까 싶다.
홍콩의 첫날 밤거리에서 만난 "차 계란"을 보면서 낯선 달걀의 변화를 보면서 색과 냄새, 맛의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첫 해외여행에서 만난 모든 것이 처음이니 낯설고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다.
이미 대만(台灣)을 거쳐 오면서 느끼한 기름기에 한번 데인 후라 홍콩(香港)에서의 음식은 미식의 나라도 무색하게 없던 편식까지 생겨버렸다.
결국 가방 깊숙이 넣어 놓았던 컵라면을 꺼냈다.
뜨거운 물을 가져다 친구와 둘이 쪼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물을 부어 놓고 젓가락을 꺼내려고 가방 속을 뒤졌다.
손에 잡히지 않아 가방 속에 있는 걸 모두 끄집어내고 가방 속까지 뒤집었는데 젓가락이 없었다.
그 사이 컵라면은 불어서 어서 먹어야 하는데 먹을 방법이 없었다.
들고 마시려니 면까지 먹는 건 어렵고 손가락은 안 되고.
그때
첫 여행지인 대만(台灣)에서 숙소를 두 번이나 옮기면서 1회용 칫솔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걸
스치듯 생각이 났다.
"대박! 이 방법이 있었네."
이런 기발한 생각이 기가 차서
기가 막히고 나 자신이 끝없이 움츠러들다가 먹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한 젓가락 먹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처량하게 앉아
자리를 바꿔서 친구도 같은 자세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다.
사진 속 모습은 처량하지만 그 모습에 흐르는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여행에서 우리가 웃으며 신나게 다니던 거리와 서로 티격태격 친구라도 여행에서 한 번쯤은 싸운다는 통과의례로 냉랭하게 웃음기를 잃은 우리 모습도 보인다.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젓가락 없이 먹었던 그날의 눈물 나는 컵라면만큼 맛있는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지나 우리도 그때처럼 겁 없는 20대도 아니기에 아마도 그 시간들이 그리운 것이다.
언제가 다시 미식의 그 거리 그 밤에 컵라면을 먹으며 들뜬 목소리로 웃고 떠들 수 있겠지.
keyword
컵라면
홍콩여행
추억
Brunch Book
음식에도 힘이 있다.
08
한국어 책 속 한국 음식
09
담북장 익는 계절 2
10
홍콩에서 컵라면이라니.
11
콩국수 커밍아웃
12
마음에 점을 찍다, 점심(點心)
음식에도 힘이 있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0화)
1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봄비가을바람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구독자
732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이전 09화
담북장 익는 계절 2
콩국수 커밍아웃
다음 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