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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ug 03. 2023

우산이 뒤집혔다.


우산이 뒤집혔다.



조각구름이 오후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한 발 걸으면 두 걸음 앞서 머리 위에서

잔뜩 성을 내고 쳐다보고 있었다.

어깨를 부딪치고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바쁜 걸음에 신발코를 밟은 것도 아니다.

기껏 인상을 쓰고 째려보려면 왜 자꾸 따라다니는지.

점심 두둑한 배 두드리고 낮잠이나 잘 것이지.

후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불기운이 확 달아올랐는지 바람까지 불러왔다.

혼자 감당이 안 되면 그만이지

동무도 불러 번쩍 성이 제대로 났다.

곧 쏟아질 테지.

준비도 다 못 했는데 세차게 물줄기를 세웠다.

사이사이 징검다리를 놓고

조심조심 두드리며 건너려는 찰나.

우산이 뒤집혔다.





#<한반도 문학> 여름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가을호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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