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이 좋다.'
비 오는 축축한 공기에 진한 내를 덮어 거실 안이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도서관에서부터 내내 커피 생각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나지 않았다.
비 냄새와 책 냄새의 조합도 좋지만 비 냄새와 커피 향도 만만치 않게 좋은 조합이다.
서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을 감고 조용한 공기 속 빗방울 소리를 하나둘 세었다.
잠깐, 아주 잠깐이었는데 서연은 깜박 잠이 들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 속에 노란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딘지 모를 곳을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치 뭔가에 홀려 가는 서연을 누군가 잡아채듯 손을 잡고 서연이 걷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누구세요?"
서연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무작정 뛰기만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숨도 차지 않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뜀을 멈춘 남자는 서연을 향해 돌아섰다.
서연은 천천히 돌아서는 남자를 눈을 들어 아래에서부터 찬찬히 위로 보았다.
흙이 묻은 검은 구두를 지나 검은 양복바지, 재킷을 지나 넓은 어깨를 지나 남자의 얼굴이 시작되는 턱끝을 향해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 순간, 남자가 갑자기 잡았던 서연의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요.
저쪽 문으로 빨리 나가요."
남자는 목소리만 들리고 어느새 모습은 뿌연 안개로 흩어지고 있었다.
"어서 뛰어요."
서연은 재차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를 따라 모습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서연아! 빨리 가!"
서연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채 잠에서 깼다.
"선우 오빠?"
서연은 꿈에 본 남자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목소리, 말투, 키, 옷을 입은 태.
그리고 손을 잡았을 때, 그 느낌.
이선우였다.
"오빠가 왜 꿈에?"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