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머무는 그림자 5

"나, 알죠?" 1

by 봄비가을바람

"나, 알죠?"

남자는 능글능글 웃으며 서연의 앞에 앉았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봤을 땨와는 분위기도 달랐다.

서연은 남자의 다른 모습에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여기, 칼국수 진짜 맛있어요.

얼큰한 국물이 비 오는 날에 딱이죠."

"아, 네."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 사이 남자는 주문을 했다.

"이모, 여기 얼큰 칼국수 둘하고 만두 하나요.

칼국수 하나는 후추 넣지 마세요."

순간 서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이 선우로 보였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후추 안 넣은 건 어디에 놓을까요?"

"이쪽으로 주세요."

남자는 서연의 앞에 후추를 넣지 않은 칼국수를 놓아달라고 했다.

<내가 후추를 안 먹는 걸 어떻게 알지?>

서연이 후추를 안 먹는다는 건 이선우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집에서는 엄마가 음식을 할 때 후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서연과 서연의 아버지가 후추 알레르기가 있다.

가족 중 둘이나 알레르기가 있으니 음식에 후추를 사용하지 않은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외식을 할 때에는 늘 조심해야 했다.

요즘 매운 음식이 유행하며 후추를 넣은 음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우는 항상 음식을 주문할 때 <후추는 넣지 마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지금 서연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선우가 하던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



"드셔 보세요.

여기 칼국수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남자는 뜨거운 얼큰 칼국수를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서연은 선우와 자주 오던 이 식당에 오랜만에 왔다.

선우가 칼국수를 유난히 좋아해서 2주에 한 번은 왔었다.

남자가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던 서연은 국물 먼저 숟가락으로 떠서 조심스럽게 먹었다.

<역시, 그대로네.>

그제야 서연도 후루룩 칼국수를 먹었다.

비 오는 날씨 탓일까.

오랜만에 먹는 칼국수 때문일까.

아님 선우를 생각나게 하는 이 남자 때문일까.

서연은 깊이 감춰 두었던 눈물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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