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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쉽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것

by 봄비가을바람

연일 뜨거운 날씨를 경신하는 가운데 뜬금없이 수제비가 생각이 났다.

비가 오거나 으슬으슬 찬 기운이 몸으로 파고들 때

한 그릇에 온기를 담은 수제비는 온몸을 뜨끈하게 데운다.

물론, 먹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사랑은 불 앞에서 화끈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서 잘 덮어 잠시 두었다가 손으로 조금씩 떼어 얇게 펴서 육수에 넣어야 하니 먹는 사람과 달리 만드는 사람은 쉽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일은 누군가가 편하기 위해서 또 누군가가 반드시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는 일이 거기서 거기지만 모든 상황과 환경이 같지는 않기에 수월하게 또는 좀 더 번거로워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나 다른 이가 보았을 때 마냥 그 사람만의 일은 아니다.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며 자신의 볼 일을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리지 않는 경우를 가끔 마주친다.

다음 사람은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앞사람으로부터 침범당하는 꼴이 된다.

불쾌하지만 변기 물을 내리고 볼 일을 보든지, 다음 칸으로 가든지 억지스러운 선택의 기회가 있지만 이 역시 앞사람의 예의 없는 불쾌함에서 벗어났을 수 없다.



세상을 살며 한 번도 마주친 적 없고 마주할 일 없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가 함부로 한 일로 큰 물결이 일 수도 있다.

수제비 이야기가 화장실 변기 이야기로 이어진 아이러니를 마무리하자면 자신의 작은 수고가 결코 함부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남을 위한 배려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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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를 배려하는 김밥 이야기>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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