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실에 가려다가 커피머신 쪽으로 돌아왔다.
그 사람은 언제나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페 안에서 마시는 대신 오늘은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유미가 괜히 아는 척을 했다.
"아, 네."
남자는 웃으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남자는 빨대를 챙겨 들고 다시 한번 내 쪽을 보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나도 평소대로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유미가 또 슬쩍 다가왔다.
"뭔가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아니야. 무슨 말을 해."
"이제 천천히 정리합시다."
사장님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네."
마감을 하는 동안 유미가 뒷정리를 하며 소곤소곤 뭔가 말하고 싶은 지 슬금슬금 엉덩이를 내 쪽으로 옮겼다.
"왜?"
"언제 말할 거야?"
"뭘?"
" 그 사람한테."
"그 사람한테 뭘 말해?"
"너희, 둘. 뭐 하냐?
아까부터 계속 쑥덕쑥덕."
소희 언니가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 아니에요."
우리 카페는 다 같이 시작하고 다 같이 일을 마친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전에 일하던 직원들과도 이렇게 했다고 한다.
카페에서 일하다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카페를 갖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 여기서 카페의 모든 일을 경험한 후 자신의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가페를 그만둔 직원들은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나중에 카페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 이 카페와 사장님이 좋았다.
"다들 조심히 가요. 내일 봐요."
"네. 사장님. 안녕히 가세요."
다들 사장님과 편하게 지내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사장님은 자차로 가고 소희 언니, 유미, 그리고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많이 추운 겨울에는 사장님이 각자 집 근처까지 태워주셨다.
"버스 곧 오겠다."
각자 다른 버스를 타야 하는데 오늘은 소희 언니가 제일 먼저 갔다.
"언니, 내일 봐요."
그리고 이어서 유미가 타는 버스가 왔다.
"잘 가. 내일 봐."
아직 버스가 오려면 5분쯤 남았다.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비 예보 없었는데. 버스에서 내리면 뛰어야겠네.>
평소에 작은 접는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유미한테 주려고 책을 두 권이나 넣어오느라 가방 한쪽에 있던 우산을 빼놓았다.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조금 더 굵어지며 버스 정류장 안 쪽으로도 튀었다.
<많이 오면 안 되는데.>
그때였다.
"지금 퇴근하세요?"
"아, 네."
그 사람이었다.
"이거 가지고 가세요."
남자는 편의점에서 산 비닐우산을 내밀었다.
"편의점에 가던 길이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저도 하나 샀어요."
망설이는 내게 자신의 몫인 우산을 내보였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침 버스가 도착했다.
"조심히 가세요."
나는 버스에 올라 남자가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가는 것을 눈을 좇았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