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백 2

슈퍼문

by 봄비가을바람

거실 안으로 달빛이 파고들고 있었다.

마주 선 여운은 왠지 모르게 그 안으로 빠져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주 매력적인 남자에게 이끌려 빠져드는 것처럼.

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도 함께 엄습했다.

슬며시 뒷걸음질 치다 소파에 걸려 넘어질뻔했다.

스스로 불안을 만드는 자신을 고갯짓으로 타이르고

냉장고 앞으로 왔다.

언제나 웃고 있는 엄마 얼굴과 그 옆에서 아닌 듯 웃는 아버지가 오늘 하루도 수고한 여운을 보고 있었다.


<천천히 가.>

<엄마, 빨리 와.>

<넘어져.>

여운은 보름달이 뜬 천변을 앞서 뛰고 있었다.

뒤에는 엄마가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뒤따르고 또 그 뒤에는 아버지가 느린 걸음으로 웃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빠, 빨리 와.>

아빠!?

여운은 움찔했다.

지금 보이는 여운은 현재의 여운이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영상 속 화면처럼 여운이 보고 있었다.

<언제지? 나, 어릴 때 같은데.>

여운은 손을 움직여 엄마를, 아빠를 잡으려고 했다.

앞서가던 영상 속 여운은 사라지고 엄마와 아빠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엄마! 아빠!>

여운은 힘껏 소리쳐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을 바둥거렸지만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 뒤로 슈퍼문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엄지손톱만 한 달이 멀리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엄마와 아빠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엄마! 아빠!>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달은 여운이 소리에 잠시 멈추는 가 싶더니 엄마와 아빠를 삼켜버렸다.

<엄마! 아빠!>

여운은 마지막 발버둥을 치듯 힘껏 발끝에 힘을 주었다.

동시에 목소리도 집안을 울리고 여운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집안을 바람소리가 감싸고 바깥공기에 실려 도시의 냄새가 가득했다.

여운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향했다.

환기를 하려고 열어둔 베란다 문틈을 커튼이 막고 있었다.

커튼을 젖히고 베란다 겉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었다.

무거운 문을 잠이 덜 깬 손으로 잡으려다 무심코 헛손질에 하늘을 보았다.

커다란 슈퍼문이 여운을 노리듯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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