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백 3

채울 수 없는 자리

by 봄비가을바람

<엄마! 아빠!>

몇 번이나 소리쳐 불렀지만 소리로 나오지 않고 여운의 입 속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여운을 삼킬 듯 다가오는 슈퍼문을 보며 앞으로 달렸지만 발걸음 역시 허공에서 허우적대었다.

<엄마! 아빠!>

다시 목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역시 안 되었다.

징징징!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여운은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으려 손끝에 힘을 주었다.



"여보세요."

간신히 휴대폰을 손에 넣은 여운은 잠에서 덜 깨어 휘청이는 몸을 소파에 묻었다.

"여운아, 괜찮아?"

오빠였다.

"괜찮아."

"또 꿈꿨어?"

"응, 괜찮아."

오빠와 통화를 끝내고 거실 어딘가를 멍하니 보았다.

커튼이 살짝 열린 틈으로 들어온 달빛이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쪽을 비추고 있었다.

빛에 반사된 액자의 유리가 여운에게 신호를 보내듯 반짝이고 있었다.



"왔니?"

납골당 앞에 도착하니 오빠도 올케와 아이를 데리고 막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우와, 진우도 왔구나. 많이 컸네."

이제 24개월이 지난 조카 진우를 보니 새삼 시간의 흐름이 실감 났다.

"올라가자."

부모님을 함께 모신 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지만 가장 안심이 되는 것은 두 분이 같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하비, 할미"

"응, 할아버지, 할머니야."

올케가 진우한테 말하는 모습을 이렇게 유골함 앞이 아니라 실제 두 분 앞이면 얼마나 좋을까.

여운은 이룰 수 없는 소원이 빨리 사라진 게 너무 아팠다.



오빠가 결혼을 준비할 즈음 엄마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나 업무를 시작할 무렵 전화가 왔다.

"엄마하고 병원에 왔는데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 보라고 하는데 어느 병원이 좋겠니?"

"그냥 아무 대학 병원으로 가세요."

"그래. 알았다."

여운은 그때 이후 평생 후회할 일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퉁명스럽게 받은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여운아, 빨리 병원으로 와.


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있었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나서 휴대폰을 본 여운은 그대로 뛰어나갔다.






by 봄비가을바람

<대문 사진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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