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김치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이 짙어진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면 짙어진다.
그리움은 좋지 않았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한다.
한여름 장마는 푸성귀가 물이 많아져 잘못 만지면 짓무르고 벌레가 탄다.
김치 없이 못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밥상 위에 계절 김치가 올라왔다.
얼갈이배추김치와 열무김치, 오이김치 등 여름 김치가 많지만 묵은 김장 김치가 아니더라도 겉절이라도 배추김치는 늘 있어야 했다.
한낮 비가 뿌리고 지난 점심에 양배추 김치가 밥상에 놓였다.
아삭아삭 소리와 양배추 자체의 단맛으로 달큼한 김치는 고춧가루로 버무려도 많이 맵지 않아 아이들이 먹기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삭 소리에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먹고는 다시 손이 가지 않았다.
익숙지 않은 낯선 맛은 제 맛을 알기도 전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부모님은 잘 드시던 양배추 김치가 나름 최선의 방책임에도 불구하고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 기억에 보태어 양배추 김치가 익으면 시큼한 맛이 더해져 보는 것도 싫었었다.
시간은 기억을 희미하게 하고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나쁜 기억이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원칙에 추억은 언제나 그립고 좋은 기억이 된다.
시큼하고 달큼한 한여름 양배추 김치는 시간, 사람과 함께 여름 속에 묻어야 한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기억은 눈물이 먼저 나오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여름이 아닌 가을이 제대로 한가운데 자리 잡는 한가위에 곁에 없는 얼굴을 그리다가 기어이 양배추 김치를 떠올렸다.
온갖 투정으로 단 한 번 달게 먹지 않은 후회로 뒤늦게 땅을 친다.
있을 때 잘하라는 고귀한 명언은 늘 이렇게 뒷북을 친다.
떠난 이를 그리는 것은 늘 남은 이의 몫인가 보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