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창조 앞에서 마주한 소멸의 감각

by 염미정



결혼 5년 차.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새 가족을 만드는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왔다.


'아이는 그저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 아닌가?'

'운동으로 그나마 사람처럼 유지해 온 몸매가

다 망가지지는 않을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 사람인데

포기하고 희생하는 삶이 억울하진 않을까?'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에 선 모든 이들이 할 법한

식상한 고민들을 거듭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소모했지만

특별히 자기개발을 하거나

승진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나의 30대 초반은 그렇게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임신 계획에는

스스로를 설득할 타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첫째. 남편과의 관계가

꽤 안정적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신혼부부들과 마찬가지로 때론

파편이 튈만 큼 세게 부딪힌 적도 있었지만

전문 상담과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남편이 나를 옥죄는 것보다

나를 배려해 주는 부분이 더 많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의중은 잘 모르겠으나

태어나서 본 사람 중

네가 제일 귀엽다고 하는 걸로 봐선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됨.


둘째. 역시 돈이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대학 학자금이 지원된다.

유학을 가더라도 해외 대학 학자금까지 보장이 가능한

좋은 복지를 갖춘 회사이다.

하지만 자녀가 없거나 늦은 나이에 출산하여

정년을 넘긴 나이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면

이 좋은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기대 수명이 늘어 정년 또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인생의 여정에서

이건 우리가 서둘러야 하는 큰 이유이다.


셋째. 결국 나이다.


30대 중반,

아주 동안이라는 친구들의 칭찬을 진실로 신뢰했건만

돌아보니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경산을 고려한다면 살짝 늦었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설득을 끝내자마자 냅다 난임 병원을 찾아가 남편과 나의 가임력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비가 아까울 정도로

우리 모두 몸 상태는 양호했는데

남편 정자의 수와 활동성도 너무 좋았지만

특히 내 AMH(난소 나이)가

13.06인 만 20세로 나와 너무 웃겼다.

그렇기에 거사만 치르면

바로 아기를 가질 것이라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거듭 열심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내 인생 전환점에 맞닿아서야

잊고 있던 자연의 섭리를 몸소 떠올렸다.

잊고 있었다.

인간은 돌아간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새 생명의 창조에서 인간의 죽음이 다가옴을 느낀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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