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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Oct 04. 2022

내연산, 억겁의 협곡 가슴에 품은

百山心論 6강 8장 60산 내연산


모진 바람

지난 자리


큰 것 

부러지고


작은 것 

떨어지고


남은 것은

휘고 굽어


삶을

견디네


슬픔 묻고

단단해져


산을

지키네



떨어진 가지들


내연산(711m) 다녀왔습니다.


거칠고 넓은 등짝 가진 사내

뜨거운 가슴 다스리지 못해

마음 깊이 굴곡 품고 있는 듯


투박한 된비알 깊고 깊은 숲

반대편 굽이굽이 깊은 협곡

심연품은 소와 담 휘돌아갑니다.



굉음의 폭포수


비바람 친 다음 날

햇빛 쨍쨍


서울서 4시간

몸이 지칠 즈음

차창 가득 피어나는

강구항 푸른 바다


내연산 들머리

널따란 주차장과 한가한 상가


천년 사찰 보경사 노송들

짙은 그늘 상서로운데


입구부터 우렁찬 계곡 소리

규모가 거의 강물 수준입니다.



보경사 인근


내연산(內延山)은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있으며

풍화에 강한 화산암 기반이라

깎아지른 절벽과 깊게 파인 계곡이 많아

자연스럽게 형성된 침식지형의 폭포와 용소들이

다양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원래는 종남산(終南山)이라 하였으나

신라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

'안쪽에서 길게 맞이했다'라는 뜻으로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월간 산의 박정원 기자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명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남쪽으로 신라 진평왕 때 일조 대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팔면경을 묻고 세웠다는 보경사가 있으며

조선 후기 산수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던

겸재 정선이 내연산을 찾은 후 그렸다는

3층 폭포인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나무위키, 월간 산)



보경사와 내연산 협곡


20여 분 계곡 따라 오르다

문수봉 방향 가파른 길 우턴

돌무더기 흙무더기

떨어져 누운 나뭇잎


도토리 나뭇가지 흩어져있고

뿌리째 뽑혀

신음하는 나무들


바람이 할퀴고 간

험난한 길


작은 부스러기 돌길

미끄러운 발바닥

꾸준히 고도 높입니다.



바람이 할퀴고 간 길


깊은 숲 능선 따라

오르내려 도착한 정상


풍경제로 작은 공터에

2개 정상석 삼지봉


손바닥만 한

하늘 바라보며

점심 먹고 하산합니다.



정상


등으로 거친 숲을 이고

가슴에 깊은 계곡 품고 있는 산


깎아지른 절벽

아찔한 낭떠러지

한발 헛디디면 바로 아웃되는


7백 m 내리 꼽아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

'거무나리'



거무나리


쏴아아 아~


한참을 내러

소리부터 만난 협곡


풍부한 수량

넘쳐나는 계곡물 강을 이뤄

길이 끊긴 산객들 등산화 벗고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 피트 낚시 장면처럼

펄떡이는 송어 한 마리

금방 튀어 오를 듯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계곡 건너 내리는 길


천하절경 '선일대' 낑낑대고 올라보니

그림처럼 펼쳐지는

계곡 둘러싼 봉우리들

떨어지는 폭포와 깊은 협곡


아찔한 절벽에 걸려있는 소금강 전망대

아스라이 떠있는 동해바다


겸재 정선이 이곳에서

'내연삼용추도' 그렸다는 명당입니다.



선일대에서


선일대 내려

쏟아지는 두 줄기 폭포 아래


옛적 큰스님 도 닦던 곳이기도 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배경이었던

깊게 파인 여러 개 검은 동굴


위로는 아슬아슬 

한 줄 다리 걸려있는

'제6 관음폭포'


억겁의 시간이 만든 풍경에 압도당합니다



관음폭포


한참을 정신 잃고 바라보다

더 큰 굉음에 이끌려

출렁다리 건너자


학소대 암벽에 둘러싸인

거대한 폭포


무지개 뿜어내며

산을 삼킬 듯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 


물이 떨어지는 건지

용이 오르는 건지


천 길 절벽 아래

깊은 협곡 휘돌아나가는

'제7 연산폭포'


산객의 마음 웅장해집니다.



연산폭포


14km에 이르는 내연산 계곡에는

높이 7~30m의 폭포가 12개 있는데,

 

하류의 제1 상생폭포에서부터 보현, 삼보, 잠룡, 무풍, 관음, 연산, 은, 복호 1,2, 실폭포와 제12 시명폭포 순으로 이어지고

그중 압권은 출렁다리 놓인 관음과 연산폭포랍니다.


한겨울에도 바람이 불지 않아

따듯한 햇볕 즐길 수 있다는

'제5 무풍폭포' 지나


쌍둥이 폭포란 뜻 지닌

'제1 상생폭포'까지


계곡 따라 폭포 따라 하산 길

휘어지고 떨어지는 물길, 물소리

파노라마 돌비시스템

눈과 귀가 호강합니다.



휘도는 폭포와 물줄기


비바람 거세었어도


심산유곡 뒤로

남도의 푸른 하늘

흰구름 한가로이 떠가고


보경사 뒤뜰

풍파 견딘 꽃무릇 한송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꽃무릇


*2022년 9월 7일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보경사~문수봉~삼지봉~가무나리~선일대~관음폭포~연산폭포~무풍폭포~상생폭포~원점회귀 총 13.6km 5시간 20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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