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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Oct 11. 2022

속리산, 윤슬 반짝이던

百山心論 7강 4장 64산 속리산


새로운 것


설레고 신기해도

낯설고 은 맛


오래된 것


낡고 후줄근해도

깊고 편한 맛



새롭지만 오래되어

낯설었디 편안함


헤어졌다

다시 만난 인연



속리산 가는 길


속리산(1058m)을 다녀왔습니다.


단아하고 청아함

고고한 선비 같은 산


오랜만에 함께한 친구 선후배

동고동락 다이빙 패밀리

화양연화 옛일 추억하며


잘 닦여진 무장애 세조길


조카를 폐하고 왕이 되었던

세조의 야망과 탐욕과 회한


한 사내의 속마음 헤아리며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하며


고목들 우거진 숲길 물길 지나

천년 고찰 법주사 둘러보고



세조길


푸른 하늘 흰구름


대야산 칠보산 군자산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 넘실대는

산그리메 흘러가고


화양구곡 굽이치는

속리산 천왕봉 올랐습니다.



천왕봉


너른 주차장에서 출발

상가 지나 오래된 속리산 관광호텔

세미나 차 왔던 예전 기억 떠오르네요


입장료 거금 5천 원씩 내고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산행


야자나무 깔린 깊고 포근한 오솔길

계곡 소리 들으며

금빛 부처님 웅장한 법주사

경건함으로 돌아봅니다.



법주사


고요한 산중

고즈넉한 호수 하나

산 그림자 잠기고


반짝이는 '윤슬'

손녀와의 대화 소환합니다.



세조길 호수


'하비, 지난번 노들섬 놀러 갔을 때

 이뻤던 윤슬이 자꾸 생각 나'

'윤슬이 누군데, 친구야?'

'참, 하비는 박사인데 그것도 몰라?'


하비 하비 하다가

다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라 하기에

그건 너무 늙어 보여 싫다며

계속 '하비'라 불러달랬더니,


'하비는 어린애들이나 쓰는 말이야,

 그치만 하비가 원하문 그리 해줄께'


이제 여섯 살,

선심 쓰듯 배려하듯  '하비'라 부르며

귀엽게 주의 주던 손녀 때문에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물비늘


덕분에 예쁜 우리말 하나 배웠고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때부터

그 단어와 물비늘이

앙증맞은 손녀 얼굴과 함께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석양의 윤슬


시간 유유자적

아랫녘 천왕봉과 문수대 갈림길


속리산 세심정(俗離山 洗心亭)

속세 떠나 마음 닦는 곳


옛 도인 물레방아 돌리던

절구터도 남아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뭉친

다섯 다이버


귀밑머리 푸르던 날

그것도 무려 빠따 치며

스킨 스쿠바 전수한 1년 차


Once diver, always diver.

Never dive alone.


두 문장 불문율로


오랜 시간 호흡 맞춘 사이인지라

가져온 음식 나누며

산도 알아서 척척 나아갑니다.



세심정 인근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으며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나온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합니다.


오래전부터 광명산·지명산·미지산·구봉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남쪽의 천왕봉을 중심으로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 등 8개의 봉우리가 활처럼 휘어져 뻗어나가고,

천년 사찰 법주사와 정이품송, 화양구곡이

잘 알려진 국립공원입니다.(다음백과)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속리산 천왕봉,

떨어지는 빗물 흘러

동쪽으론 낙동강, 남쪽으론 금강, 서쪽으론 한강

갈라지는 삼파수() 시작되는 곳



삼파수


잘 정비되고 완만하지만

꾸준히 고도를 높이는 숲길


거대한 암릉 작은 틈새

바람길 지나


가을이 익는 큰 나무

문장대와 천왕봉 나뉘는 길



가을이 익는


마지막 거친 오르막

조릿대 바위능선 지나니

하늘이 열리고


흰구름 거친 바람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 너머 

끝없이 이어지는 산그리메


사방팔방

산이 구름 되고

구름은 산 되어

겹겹이 주름져나갑니다.



정상 풍경


내리는 길도

끝없는 웃음


뱀에게 물려가던

개구리 살려주고

빈 입으로 돌아가는

뱀에겐 미안한 생각 가지며


계곡에 발 담가

송사리들과 놀다가



뱀과 고목


오송역 가는 길


길 잃으면 어떻고

좀 늦는다고 대수인가


유학 갔다 전공과는 무관

어느 날 목사님 되어 돌아온 선배,

본인 나와바리라진하게 쏘는

한우와 소폭으로 은혜받고


서울행 밤 열차 몸 실으니


속리산 같은

맑은 하루

레일 위 달려갑니다.



내리는 길



*2022년 9월 19일 맑고 푸르른 날

 오랜 동문들과 즐거운 소풍이었습니다.

*법주사~이조길~세심정~천왕봉~원점회귀

 13.6km 7시간 반을 놀며 쉬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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