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호두와 잘 영근 가을

百山心論 8강 2장 72산 광덕산

by 여의강


어디부터

산이고


어디까지

산일까요?



생각에서

시작되어


계획하고

가고 걷고

오르고 내리고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하는


그 여정

그 경험



모두가

산이고


모두가

삶 아닐까요?



광덕사 단풍


광덕산(699m)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이 지나가며

봄을 떨구었는지


넓고 온화한 길

따듯한 햇살


깊은 낙엽 위

아지랑이 꿈틀댑니다.



광덕산 등산로


3일 6산,


중부의 2개 산 거쳐

남도의 4개 산 오르는 빡센 여정


무려 '해남 대첩'이란 이름 아래

한 달 전 의기투합한 다이빙 멤버

큰 일할(혹은 큰일 날) 4명 뭉쳤습니다.


눈빛만 봐도 손발이 착착 맞는 사이인지라

배려하며 의지하며 나아갑니다.



남도 일출


0730

성복역에서 천안으로

정체되는 고속도로


급할 것 없기에 쉬엄쉬엄

따끈한 호두과자 차 한잔

담소 나누며


교통의 요지

호두의 고장 천안 지나

2시간 넘어 들머리 도착


따사로움 퍼지는 계곡 따라

대장정의 첫발 딛습니다.



광덕산


호두는 생긴 게 복숭아 씨앗을 닮아서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호도:胡桃)라는

뜻을 갖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7백 년 전 고려 충렬왕 때

류청신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왕가를 모시고 올 때 열매와 묘목을 가지고와 광덕사 인근에 심은 것이 시초가 되었고 그 결과 이 일대가 호두의 주산지가 되었다 합니다.


그때 심었다는(호두나무의 수령이 4백 년인지라 그 후손일 가능성이 높은) 거대한 호두나무 고색창연한 광덕사 입구 지키고 있습니다.(국가문화유산포털)



광덕사 호두나무


568계단 오르고 올라

단풍 만개하고

낙엽 풍성한

오솔길 저어갑니다.



낙엽에 묻혀

형체조차 희미한 무덤 몇 기


'청초 우거진 곳에

지난다 누엇난다

홍안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쳣나니

잔잡아 권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황진이 무덤 앞에서 인생무상 탄하던

임제 선생 시조 한 수 소환하고



낙엽에서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를 떠올린

김광균 시인의 '추일서정'에 감탄하면서.



굉덕산 낙엽


광덕산은 차령산맥이 만들어 낸 명산으로

충남 천안시에 위치하며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를 자랑합니다.


돌이 없고 크게 "덕"을 베푼다는 뜻의 광덕산 주변은 호두나무가 무성하며,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풍운아 김옥균,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 등 역사적 인물들이 은신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구석구석)



차령산맥


쉬운 산은 없고

된비알 한 번은 반드시 있다는

'등산의 정석'


완만한 흙길 지나

가파른 오르막 시작됩니다.


들머리에서 1시간 남짓

너른 정상 도착


미세먼지로 맑진 않지만

천안시와 차령산맥 긴 줄기

물결 되어 흘러갑니다.



정상 풍경


꿈길인 듯

봄길인 듯


굽이굽이 이어지는

따듯하고 온화한



수줍은 듯

다짐인 듯


너른 산 안긴 광덕사

붉은 단풍 토해내고



광덕사


계절이 흐르는 계곡

만추로 반짝이는데


주막집 새어 나오는

패티김 노래 한 구절

산객의 발길 잡습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둥근달을 바라보면은~'



가을 계곡


*2022년 11월 10일 해남 대첩 첫 산으로 올랐습니다.

*광덕사~정상~광덕사 원점회귀 총 5km 2시간 반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