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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Nov 16. 2022

광덕산, 호두와 잘 영근 가을

百山心論 8강 2장 72산 광덕산


어디부터

산이고


어디까지

산일까요?



생각에서

시작되어


계획하고

가고 걷고

오르고 내리고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하는


여정

경험



모두가

산이고


모두가

 아닐까?



광덕사 단풍


광덕산(699m)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이 지나가며

봄을 떨구었는지


넓고 온화한 길

따듯한 햇살


깊은 낙엽 위

아지랑이 꿈틀댑니다.



광덕산 등산로


3일 6산,


중부의  2개 산 거쳐

남도의  4개 산 오르는 빡센 여정


무려 '해남 대첩'이란 이름 아래

한 달 전 의기투합한 다이빙 멤버

큰 일할(혹 큰일 날) 4명 뭉쳤습니다.


눈빛만 봐도 손발이 착착 맞는 사이인지라

배려하며 의지하며 나아갑니다.



남도 일출


0730

성복역에서 천안으로

정체되는 고속도로


급할 것 없기에 쉬엄쉬엄

따끈한 호두과자 차 한잔

담소 나누며


교통의 요지

호두의 고장 천안 지나

2시간 넘어 들머리 도착


따사로움 퍼지는 계곡 따라

대장정의 첫발 딛습니다.



광덕산


호두는 생긴 게 복숭아 씨앗을 닮아서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호도:桃)라는

뜻을 갖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7백 년 전 고려 충렬왕 때

류청신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왕가를 모시고 올 때 열매와 묘목을 가지고와 광덕사 인근에 심은 것이 시초가 되었고 그 결과 이 일대가 호두의 주산지가 되었다 합니다.


그때 심었다는(호두나무의 수령이 4백 년인지라 그 후손일 가능성이 높은) 거대한 호두나무 고색창연한 광덕사 입구 지키고 있습니다.(국가문화유산포털)



광덕사 호두나무


568계단 오르고 올라

단풍 만개하고

낙엽 풍성한

오솔길 저어갑니다.



낙엽에 묻혀

형체조차 희미한 무덤 몇 기


'청초 우거진 곳에

 지난다 누엇난다

 홍안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쳣나니

 잔잡아 권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황진이 무덤 앞에서 인생무상 탄하던

임제 선생 시조   소환하고



낙엽에서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를 떠올린

김광균 시인의 '추일서정'에 감탄하면서.



굉덕산 낙엽


광덕산은 차령산맥이 만들어 낸 명산으로

충남 천안시에 위치하며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를 자랑합니다.


돌이 없고 크게 "덕"을 베푼다는 뜻의 광덕산 주변은 호두나무가 무성하며,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풍운아 김옥균,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 역사적 인물들이 은신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구석구석)



차령산맥


쉬운 산은 없고

된비알 한 번은 반드시 있다는

'산의 정석'


완만한 흙길 지나

가파른 오르막 시작됩니다.


들머리에서 1시간 남짓

너른 정상 도착


미세먼지로 맑진 않지만

천안시와 차령산맥 긴 줄기

물결 되어 흘러갑니다.



정상 풍경


꿈길인 듯

봄길인 듯


굽이굽이 이어지는

따듯하고 온화한  



수줍은 듯

다짐인 듯


너른  안긴 광덕사

붉은 단풍 토해내고



광덕사


계절이 흐르는 계곡

만추로 반짝이는데


주막집 새어 나오는

패티김 노래 한 구절

산객의 발길 잡습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둥근달을 바라보면은~'



가을 계곡


*2022년 11월 10일 해남 대첩 첫 산으로 올랐습니다.

*광덕사~정상~광덕사 원점회귀 총 5km 2시간 반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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