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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Dec 17. 2022

선운산, 걸음걸음 詩가 되는

百山心論 8강 7장 78산 선운산



동백꽃

피고 지고


꽃무릇

피고 지고


단풍꽃

피고 지면



잘 익은

한 구절

가슴에

떨어지니

혼자선

외로워진



선운산



선운산 만추


선운산(336m)을 다녀왔습니다.


만추(秋),

쓸쓸함 묻어나는 계절이지만


눈길 발길 닿은 곳마다

너무나 이쁘고 아늑하여

천천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선운산 단풍


주모의 쉰 목소리로

육자배기 가락 들릴 듯한

마을 입구


검은 계곡

붉고 노란 단풍

그리움에 초록된 꽃무릇


그림 같은 길



선운산 그림


선운사 담을 끼고 우틀

단풍 타오르는 깊은 숲


동백만

두 번 피는 것 아니라


단풍도

낙엽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단풍 낙엽 단풍


완만하지만 계속되는 비알

거의 해발 0미터 시작이기에

3백 미터급이라고 얕볼 산은 아닙니다.


'마이재' 거쳐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정상 '수리봉'


두둥실 떠오르는

남도의 산그리메 

푸르른 서해바다



정상 풍경


'창담암' 지나

'소리재, 낙조대' 거쳐

'천마봉' 가는 길


오르내리막

예쁜 숲길


광활한 풍경

끝없이 펼쳐지며


잠시도 눈 뗄 수 없습니다.



천마봉 가는 길


전북 고창군 선운산은 도솔산이었으나 백제 때 창건한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의 선운사(禪雲寺)가 있어 선운산이라 널리 불리게 되었답니다.


1979년 도립공원(禪雲山道立公園)으로 지정되었으며, 동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인천강에 유입하여 곰소만으로 흘러들고, 선운사 뒤뜰과 산 입구에서 4㎞에 걸쳐 동백나무숲이 펼쳐져 있으며, 봄에는 꽃 병풍을 이룬 계곡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다음백과)



무엇보다 동백과 선운사 관련

미당 선생의 시 '선운사 동구(洞口)'와

송창식 님의 '선운사'라는 노래로 유명하지요.



선운사 동백숲


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쉬어 남았습디다...



선운사 -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림 후두둑지는 꽃말이예요


나를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떠나실거예요



선운사


선운산에는

가 많습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기에


산마다 골마다

가 떠가고

굽이쳐 흐릅니다.


다녀간 이의 마음 속에는 

미처 가 되지 못한

서정과 은유,

운과 율이 

더욱 넘쳐나겠지요.



잠깐 찾아본 것만으로도

산행 내내 읽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최장락 박남준 김윤자 이산하 오순택 한광구 김선주 김병주 용혜원 손병흥 김승동

선운사에서 - 최영미

선운사 동백 - 김시천 김재진 변종환 김영천  손정승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 김영남

선운사 가는 길 - 고재종

선운사 기행 - 김화영

선운산은 알고 있겠지 - 김향기

시 월 선운사 - 박동진

구름경 -선운차운(禪雲次韻) - 정현종

선운사 점묘 - 서정춘

고백 - 문인수

고창군 선운리 선운사 - 장석남

동백꽃 - 반기룡

선운사 동백에게 죄를 묻다 - 양광모



선운사 가는 길


걷는 동안 읊조렸던 몇 수,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말자,

다시는 울지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때처럼

잊는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 동백 - 김시천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 하였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벗어버리자고

지나는 바람에게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한번을 크게 울었다.

세상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눈송이들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흰 눈밭에 엎드려

동안거 내내 붉게 울었다...



선운산 도솔암 가는 길 - 김영남


만약 어느 여자에게 이처럼
아름다운 숲속 길이 있다면
난 그녀와 살림을,

다시 차리겠네


개울이 오묘한 그녀에게

소리가 나는 자갈길을 깔아주고

군데군데 돌무덤을 예쁘게 쌓겠네.

아침이면 노란 새소리로 풀꽃들을 깨우고

낮에는 이깔나무 잎으로 하늘을 경작하다가

천마봉 노을로 저녁밥을 짓겠네.


가을이 되면 물론 나는

삽살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며

쓸쓸한 상상을 나뭇가지 끝까지 뜨겁게 펼치겠지만

모두 떠나버린 겨울에는 그녀를 더 쓸쓸하게 하겠지?

그러나 난 그녀를 끝까지 지키는 장사송(長沙松)으로 눈을 얹고

진흥굴 앞에서 한겨울을 품위 있게 나겠네.

설혹 그녀에게 가파른 절벽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나는 그 위에 저렇게 귀여운 암자를

옥동자처럼 낳고 살 것이네.



선운사 인근


능선길 걷다가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

'용문굴' 들러보고


낙조대 천마봉 오르니

눈에 들어오는 산과 골


낮지만 찰지고

작지만 잘 여문 풍경


바위 군락 아래

'도솔암 마애불'


선운사 이어지는 계곡길

아스라 펼쳐져나갑니다.



용문굴 도솔암


천마봉에서 도솔암으로 

직하강


깊은 계곡

 단풍

푸른 대나무


환한 햇살 아래

포근한 도솔암

오수를 즐기는 듯



도솔암


돌아본 천마봉

구름에 떠가고


계곡 따 이어지는

비단 같은 둘레길


물에 잠긴 

물에 비친 가을

물에 떠가는 그리움



계곡 둘레길


담쟁이 돌담 너머

감나무 휘청이고


선운사 뒤뜰

푸르른 동백


철이른 꽃 한 송이

선잠에서 깨어난 듯

기지개 켜고 있습니다.



혼자 걷기엔

짙은 아쉬움 남기는

선운산입니다.



철이른 동백



*2022년 11월 16일 남도의 따스한 햇살 맞으며 혼등했습니다.

*선운사~마이재~수리봉정상~소리재~천마봉~도솔암~선운사 총 11.2km 4시간 20분 포근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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