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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03. 2023

금오산, 겨울의 서막

百山心論 9강 1장 81산 금오산


털갈이하듯

계절이 바뀌는 시간


쓸쓸함으로

겨루었는지


가을은 스러지고


골골이 피어나는

둔탁한 허허로움


은백의 찬란함

준비하는

서막의 분주함



오형탑


금오산(976m)을 다녀왔습니다


추위도

바람도


시린 풍경

한 조각으로

반짝반짝


세월가도

변함없이

스토리 가득한


금오산



도선굴


비 온 뒤 한파

성큼 다가온 겨울


체감온도 영하 10도

단디 무장하고

아이젠까지 챙겨 오릅니다.


최초 도립공원답게

입구 주차장이며 들머리가

'채미정'과 함께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채미정은 출세와 부귀영화 뿌리치고

정절을 지킨 이곳의 여말선초 성리학자

'야은 길재'를 기린 곳이지요.


'주려 죽을지언정 채미도 하난것가'

선비의 대쪽 같은 기개가 느껴지던

성삼문의 '절의가(絶義歌) 떠오릅니다.



금오산 능선


입구부터 테크 깔아

편히 오를 수 있는 길

'대혜폭포'까지는 케이블카도 운행되고


검은 계곡 따라

금오산성 지나

해운사와 폭포까지 

아기자기 이어집니다.



대혜폭포 가는 길


'도선굴' 입구 폭포 지나

본격적 오르막

'할딱고개' 시작되고

가파른 계단 위 전망대


쨍하니

금 갈 듯 얼어있는

푸른 하늘 아래


'금오지'와

낙동강 굽이치는

구미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할딱고개


가파르게 이어지는

너덜 된비알


손도 귀도

나무도 바위도

길도 산

꽁꽁 얼었습니다



너덜길


시린 하늘

검은 봉우리

기암 사이


벌거벗도시

웅크린 모습



얼어붙은 풍경


갈림길에서 좌틀하여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헤치고

'오형탑' 오릅니다.


얼마나 사무치기에

 황량한 바람의 언덕에

저런 탑들 쌓을  있을까?


살을 에는 미친바람에

탑이 떠가 

깃발이 날리고

그리움이 쌓입니다.


먼저 간 손자 생각하며

수년간 돌짐지고 올라

혼자 쌓아 올린 인고의 세월

할아버지 마음 헤아려봅니다.


금오산과 손주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오형탑'이라 이름 지었다지요.



오형탑


오형탑서 정상 향해

인적 끊긴 작은 길 걷다 보면

또 하나의 전설 만납니다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

깎아지른 절벽 아래

암벽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조각된

5.5m의 특이한 구도로 보물로 지정되었지요.


어느 불심 깊은 고려인이

이 높은 바위 올라

무슨 생각하며

몇 날 며칠을 절차탁마했을까?


천년풍파 견뎌온

바라볼수록 오묘한 미소에 빠져

추위도 잊은 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애여래입상


고드름 만개한 약수터

가파른 바위계곡 지나자

사진에서 자주 보던 아찔한 풍경


낙동강 향해 뻗어나간 종루

거대 봉우리와 암릉에 안겨


정상 '현월봉' 바로 아래

'쿵'하고 떠오르는

신비의 사찰 '약사암' 



약사암


오산(金烏山)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경북 구미시 소백산맥의 지맥에 솟아 있으며,

산정부는 비교적 평탄하나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룬 급경사의 바위로 되어있습니다.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이곳을 지나며

저녁놀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 짓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요.


금오산의 능선을 유심히 보면 ‘왕(王)’자처럼 생긴 것 같고, 가슴에 손을 얹고 누워 있는 사람 모양인데,

조선 초기에 무학(無學)도 이 산을 보고 왕기가 서려 있다고 하였답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대통령 배출 도시인

구미에 덧칠한 스토리텔링일까요?



약사암에서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은 약사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전해지며

중심전각인 약사전에는 약함을 들고 있는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지요


멋진 풍경에 맘껏 취하고


바로 위 현월봉 오르니

불어대는 바람 장난 아닌데

칼날 같은 능선 '칼다봉' 흘러가고


두 개 정상석 몇 m 거리 두고

푸른 하늘 아래 반짝입니다.



칼다봉과 정상 현월봉


얼음투성이 가파른 돌계단 내려

겨울 산그리메 바라보며

다시 물줄기조차 얼어가는 대혜(惠)폭포


27m 높이 폭포로 

이 물이 흘러 마을 사람들에게

큰 은혜를 준다 하여 이름 지어졌으며,

떨어지는 물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폭포'로도 불린답니다.



대혜폭포


폭포 옆 암릉길

낭떠러지 따라 가파르게 올라

신라 도선선사가 득도한 '도선굴'


제법 넓고 깊은 굴은

이후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처로 썼다는데

지금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안에서 하염없이 경치만 바라봐도

한마음 얻게 될 풍광이더군요.



도선굴


마지만 단풍 흐드러진 해운사

키 큰 나무들 열병하는 날머리


따끈한 오뎅국물로 몸 녹이며

돌아본 이야기 가득한 금오산


찬란해야 할


겨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날머리


*2022년 11월 30일 하늘은 맑았지만 매섭게 추운 날, 산악회버스 타고 혼등했습니다.

*주차장~대혜폭포~오형탑~마애삼존불~약사암~현월봉~대혜폭포~도선굴~주차장 총 8km 5시간 환종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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