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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06. 2023

황악산, 백두대간 바람이 지나는 길

百山心論 9강 3장 82산 황악산


흔들리는 것


바람인가

나무인가?


세상인가

나인가?


몸인가

마음인가?



겨울 나무


황악산(1111m)을 다녀왔습니다.


이 정도는

을씨년스러워야

초겨울이지


삭풍 몰아치는

겨울나무 사이


낮게 드리운

하늘마저

얼어붙은 날


괘방령에서 비로봉까지


쎄한 바람 즐기며

백두대간 한토막 걸었습니다.



겨울나무


서울서 3시간

따듯한 버스에서 내리자


삭막한 괘방령 찬 바람

으스스 몸을 휘감는데


들머리부터

다짜고짜 오르막


적응할 틈도 없이

곧바로

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들머리


백두대간을 통과하며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을 잇는 '괘방령'


영남 선비들 과거 보러 한양 갈 때,


통상 가장 낮은 추풍(秋風)령을 넘어가는데

가을바람 낙엽처럼 떨어진다는 불길한 어감 때문에

경사스러운 소식 듣는다는 문경(聞慶)이나

합격의 방이 붙는다는 뜻의 이곳 괘방(掛榜)령을

자주 이용했다는군요.



괘방령


젊어 로망이던 백두대간,


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인 '마루금'만으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1400km에 달하는 한반도의 거대한 등줄기이지요.


조선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처음 등장하고, 신경준의 '경세유표'에서 한반도의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체계를 세우며 붙여진 이름인데,


 2005년 제정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백두대간이라 함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나무위키)


산객들의 백두대간 종주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

약 700km를 크게는 22구간부터

35, 55구간으로 나누어 북진 남진하는데, 

중간 지원받으며 10여 일 만에 끝내는 이들도 있지만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인생플랜이지요.



300m 고도 괘방령에서 여시골 운수봉 백운봉 거쳐

1111m 빼빼로 정상 비로봉과 형제봉 바람재로

이어지 황악산 능선길은

백두대간 남진의 한 부분 온전히 자리하고 있어

전문 산객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백두대간과 황악산


조망도 꽃도 눈도 없이

겨울나무 마른 가지

스산한 풍경만 스쳐가고


내 나라 등줄기

직접 밟아보려

온갖 번뇌

배낭에 이고


한마음 먹고 대장정 떠난 이들의

한 땀 한 땀 걷던 열기만

길 위에 남아 있습니다.



백두대간


들머리부터 찐한 오르막 30여 분

여우들 자주 출몰했다는 '여시골'


털과 가죽 지키기 위해

고단한 삶 영위했을

여우들의 집


끝 모를 작은 굴 하나

검은 똬리 틀고 있습니다.



여시골


괘방령에서 능선 따라 2.9km

항상 구름이 머물고

골짜기에 물이 흐른다는 '운수봉'


조금 더 오르니

산객들 앉았다가라 몸을 내준다는

의자 같은 명물 소나무 가지 어있습니다.



의자나무


봉우리 봉우리 오르고 내려

백운봉 지나 정상 비로봉 오르는 길

바람에 날리는 산악회 리본


정상 앞두고

높은 고도인지라

녹지 않은 눈길 이어지고


비로소 시야 트이며

민주지산 덕유산으로 펼쳐지는

아득한 산그리메



정상 가는 길


정상에 서니

살을 에이는 모진 삭풍

잉잉대는 된바람


듣기만 해도

흔들리는 몸과 맘


풍파 견딘 나뭇가지

함께 휘청이는데


정상 너머

형제봉 우두령 바람재

백두대간 아스라이 이어집니다



정상 풍경


하산길 의논 끝에

일단 추위 피하여 요기 먼저하자는데 합의하고

다시 턴하여 운수봉삼거리 회귀


미친 삭막함 보여주는

휑한 산길 걸어갑니다.



겨울 산의 삭막함


운수암 지나 직지사로 내리는 길


산과 계곡 빼곡히 덮고

갈색갈색 일렁이는 낙엽


졸졸졸졸

소리 함께 흐릅니다

  


운수암 가는 길


운수암 지나 범상치 않아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천년고찰 직지사(直指寺)

찬찬히 둘러봅니다.


예로부터 학이 많아 황학산이라 불리던 황악산의 비로봉 백운봉 운수봉이 직지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데 이곳이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랍니다.


이름은 신라시대인 418년 아도화상이 선산 도리사를 창건한 후 황악산 직지사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절을 지으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무염대사가 머물렀던 심묘사에 부속된 절로 남종선의 가르침인 '직지인심'을 표방한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 그리고 고려시대에 능여대사가 이 절을 세울 때 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하였다고 해서 직지사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지요.


645년 자장율사가 중창한 이래 930년, 936년에 천묵대사와 능여대사가 각각 중창하여 대가람이 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사명대사가 출가하여 득도한 절로 유명하고, 현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다음백과)



직지사


느긋하게 직지사 람했음에도

집결시간 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


겨울산행의 한기를

편의점 따끈한 정종 한잔으로 뎁혔습니다.



황악산과 직지사


*2022년 12월 7일 흐리고 쌀쌀한 초겨울, 친구와 후배 셋이서 산악회 버스로 다녀왔습니다.

*괘방령~여시골~운수봉~백운봉~정상비로봉~백운봉~문수봉삼거리~직지사 총 12.5km 6시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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