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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Feb 06. 2023

동악산, 미련 없이 날린 미련

백산심론(百山心論) 10강 1장 91산 동악산


넘치는 미련


모두 끄집어내

바람에 날리고


되돌아보니


 옆에

 하나

더 생겼네



능선 바위


동악산(735m)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서 3시간 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터널 정겹고

봄기운 완연한 전남 곡성


들머리 암반천 계곡 너른 길 지나니

좌측 대나무 숲 뒤

도인들 숲을 이뤄 몰려들었다는

천년 고찰 '도림사()'



도림사


거리 긴 순서로 산악회 A, B, C코스 있었으나

이른 상춘곡 부르며 천천히 걷다가

남도음식에 막걸리 한잔 컨셉으로


우리끼리 'B.C'코스 별도 계획,

영화 '곡성'의 명대사

'뭣이 중한디?'

중얼거리며 느긋하게 나아갑니다.



도림계곡과 B.C코스


산이름에 악(岳) 자 들어간지라

처음엔 험난한 길 떠올렸으나

즐길 락(樂) 자란 것 알고는 왠지 편안함 생각됩니다.


'졸졸졸졸'

눈 녹아 흐르는 계곡물소리 음악인

리듬 타는 발걸음


여러 번 휘돌아가는 계곡 바위마다

'대은병, 모원대' 등 옛 문헌서 따온

그럴듯한 이름들 바위마다 새겨져 있고


너른 암반, 

멋지지만 해석하기 쉽지 않은

한자들 암각 되어 풍미 더해주고 있습니다.


한때 이곳 시인묵객들 사이에

정과 망치 들고 바위에 글씨 새기는 것이

유행하지 않았나 상상해 봅니다.


'이보게, 기분도 거시기한데

 한 글자 쪼러 안 가려는가?'



암반글씨


물소리 브금 삼아 이야기 나누며

완만히 이어지던 흙길


배너미재 삼거리부터

가파른 경사 바위길 테크길로 바뀝니다.



상승길


'신선바위' 가는 길

정상 가려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길인지라

잠시 망설이다 왕복 4백 m  도전,


가는 길 평탄치 않았으나

곡성마을과 동악산 능선 확 트인

전망 좋은 너른 바위가 와볼 만했습니다.



신선암


큰 대자로 누워 한숨 자고 가면 좋을 정도로

평평하고 널찍한 신선들 노니는 바위 

간식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산정 향해 나아갑니다.


아슬아슬 칼바위 암릉길

장쾌하게 뻗어가는 형제봉 능선 바라보며


돌로 빼곡히 쌓아 올린 둥근 석탑

작은 봉우리 정상 깃대봉



정상


동악산(動樂山)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우뚝 솟아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으며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률에 맞춰 춤을 추다 오늘날의 산세를 갖췄다는 전설로 유명한 산이고, 마을에서 인재가 날 때마다 산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고도 합니다.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건한 도림사가 천년세월의 고풍으로 찬란하고, 굽이치는 계곡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폭포와 담소를 거느리고 있어 가족들 계곡물놀이로도 좋은 곳입니다(한국의산하).


지리산 오대산 등 몇 산에서는 산불방지 위하여 봄철 입산통제를 하는데, 동악산은 2월부터 3개월 반 동안 곡성군수의 입산허가가 필요하여 이번 산행은 산악회에서 일괄 허가를 받아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깃대봉 전경, 입산금지 안내


내리는 길

장쾌한 봉우리 마루금 펼쳐지고

가파른 능선 따라 사다리 하강


섬진강으로 흘러내리는 웅장한 계곡과

겹겹이 이어지는 산그리메


싱그러운 바람

허공에 미련 날리며


봄빛 쏟아지는 포근한 오솔길

능선 따라 토닥토닥 걸어갑니다.



하산 능선


형제봉 바라보이는 아담한 바위 아래

각자 행동식으로 준비해 온

샌드위치 빵 과일 떡 라면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 꽃 피웁니다.


'이 산엔 유독 서 있는 바위가 많은데 무슨 이유일까?'



선바위들


들머리에서 놀며 쉬며 4시간 가까이 걸은 후

배너머재서 형제봉 가는 직진 길 버리고

하늘 정원으로 하산하는 좌측 길 향합니다.


'배너머재(배너미재)'란 이름은 여러 산에서 볼 수 있는데, '태곳적 이곳이 바다여서 배가 지나다니던 길이란 설'과 '높은 두 봉우리 사이 배가 지나다닐 정도로 낮아 보이는 고개라는 설'이 있더군요.



배너미재


곡성에서 많은 투자로 잘 가꾸어진 하늘정원


여름 가을 한창일 수국과 꽃무릇 군락 만들어

무장애 산책길과 옹달샘으로 잘 정비되었고


소망 쌓인 작은

하트인 양 천사의 날개인 양

잘 쪼개진 바위 감상하며



하늘정원


갈래갈래 얼음 밑 쏟아지는

너른 암반 위 계곡수


아침과 달리

거친 바람에 떨고 있는 대나무숲


해지는 남도의 주막

목 축이는 막걸리 한 잔


봄을 알립니다.



봄의 소리


*2023년 2월 1일 맑고 따듯한 날 스쿠바 친구와 후배 셋이서 올랐습니다.

*도림사~신선바위~정상깃대봉~중봉~배너미재~하늘정원~도림사 총 9km 5시간 놀며 쉬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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