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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Feb 18. 2023

감악산, 전설에서 역사로

백산심론(百山心論) 10강 3장 93산 감악산(파주)


회한의 씨 뿌려

참회의  주고

탐욕의 바람 견뎌내니


암울한 얼음 녹으며


아련히 피어나는

희망의 꽃 한 송이



정상 가는 길


감악산(675m) 다녀왔습니다


07시 싸한 아침 공기

무려 평일 등산 배낭 메는 즐거움


'했지,

 어떻게 했나,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


여유롭게 긴 호흡으로

'여기 있음'에 대한

본질적이고 보편적 질문 화두삼아


혼자서 출근하듯 여행하듯

7호선, 1호선 전철 두 번 타고

처음 와보는 머언 덕정역 하차


버스시간 맞추려 수십  

차갑고 낯선 도시 둘러보


25-1 버스 승차

마흔 두 정거장 덜컹거리며

 떠난 지 3시간 만에 들머리 도착


암만 멀어도 온다는 것

오는 시간 알 수 있다는 것에 감사



출렁다리 가는 길


인적 없이 썰렁한 공원상가

관광객 유치위해  가꾼 흔적

깨끗한 진입로와

사슴 토끼 호랑이 정감 어린 동물 형상


까마득한 출렁다리 너머

멀리 산정 능선 흘러갑니다.



출렁다리와 호랑이


다리 건너 물 마른 계곡 사이

거대암벽 내리 꼽는 운계폭포

하얗게 얼어있는 용오름


아담한 범륜 지나

본격 등산로 접어듭니다.



운계폭포, 범륜사


눈 쌓인 도로와 가마터

계절이 교차하는 돌길 흙길

아스라이 떠오르는 까치봉 능선



까치봉 가는 길


양지바른 능선 따라 오르는 길

고사목 너머 산그리메와

찰진 산근육 꿈틀대며 산정 향하고


부터 전략적 요충지 

임진강 눈앞에 둔 격전지였던 곳이라

은폐된 토치카 자주 눈에 띄고


 바위 마주 보고 서있는 까치봉 서니

기상레이더 둥글 삐죽한 구조물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까치봉에서


감악산은 경기도 파주, 양주, 연천에 걸쳐 있으며,

가평 화악산, 개성 송악산, 안양 관악산, 포천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의 하나인데,

정상에 서면 임진강과 개성시가 조망됩니다.


바위사이 검고 푸른빛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하여 감악산(紺岳山), 즉 감색 바위산이라 불렸는데

한북정맥의 한강봉과 지맥을 이루고 있으며

산세가 험하고 폭포와 계곡 암벽발달하였고

삼국시대와 한국전쟁 때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했답니다.


정상에 파주시 향토유적인 감악산비가 남아 있는데, 글자가 마모되어 몰자비, 빗돌대왕비, 설인귀사적비 등으로 불린답니다(다음백과).



정상석


감악신비는 양주시 간파고개에 있던 것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산신령이 소를 빌어 옮겨왔다는 허무맹랑한 전설도 있지만, 2022년 이 몰자비 좌측 하단부에서 풀포기에 가려져있던 '典'으로 추정되는 글자 하나가 발견되어 북한산, 창녕, 황초령, 마운령 등 4곳에 존재한 것과 같은 진흥왕순수비가 아닌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왔습니다.


비의 재질과 크기나 두께, 새겨진 글자 수 등을 비교해 볼 때 북한산비와 유사한 점이 많고,


감악산 정상에서는 북으로는 개성 송악산과 남으로는 삼각산까지 훤히 조망하면서 통제할 수 있으며 이곳을 흐르는 임진강이 유난히 얕아  인마(人馬)가 도하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진흥왕순수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이기환, '흔적의 역사').

대단한 발견이었고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기에 이런 위대한 역사를 왜곡하기 위하여 허황된 전설이 날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진흥왕순수비로 추정


너른 정상

풍파에 사라진 글자들

굽이쳐 흘러가는 임진강

희뿌옇게 떠오르는 송악산과 개성시


수많은 격전 벌어졌을

겹겹이 뻗은 계곡과 능선 바라보며


도도한 역사의 물결 가늠해 봅니다.



임진강 개성시


관군피해 임꺽정이 머물렀다는 임꺽정봉

절벽 가로지르는 아슬아슬한 잔도


우뚝 솟은 장군봉과 악귀봉 오르내리고

아련히 떠오르는 신암저수지 바라보며 

귀여운 새끼 호치키스 암릉 내려갑니다.



내리는 길 봉봉


길 잘못 들어 잠 알바하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양지바른  앉아 간식 보충


녹은 남쪽 사면 따라

정성으로 쌓아올린

보리암 돌탑 만납니다.



보리암 돌탑


한적한 육산 푸근한 오솔길

언뜻 내려앉은 봄볕 즐기며


유유자적 리듬 타고

계절이 바뀌는 마른 계곡 따라 

금방 날머리 닿습니다.



하산길


서울 가는 

조립은 분해의 역순


낯선 오후의 역사(驛舍)에도

따듯한 봄기운 서성댑니다.



덕정역


*2023년 2월 8일 미세먼지가 조금 있었지만 맑고 일교차 큰 날 대중교통으로 혼등했습니다.

*출렁다리~운계폭포~범륜사~까치봉~정상~임꺽정봉~장군봉~보리암돌탑~출렁다리 총 7.2km 3시간 반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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