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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Feb 28. 2023

화악산, 코발트블루 창연한

백산심론(百山心論) 10강 6장 97산 화악산



다음에?

나중에?

언제 한 번?


 번뿐이고

너무 짧으면서

뜻대로도 안 되는데


이루지 못할 

허황탐욕

모두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


흘러가지 않

쌓이는 것이니.



눈꽃세상


화악산(1446m)을 다녀왔습니다.


비 내리는 겨울 아침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이  된다 '우수(雨水)'


산을 오르며

오히려 비가 눈 되고 있으니 

'설빙(雪氷)'이라 다시 불러야 할까?


화악터널 지나

사방이 눈천지


입구부터 아이젠 장착하고

등산로로 개방된

눈 덮인 군사도로 오릅니다.



들머리


두 달 ,

화악산 갔지만 다녀오진 못했습니다.


블야(블랙야크) 기준 '산을 다녀왔다'는 것은

정상 올라 BAC앱 열고 GPS 발도장 확인 

상석과 함께 식별되는 얼굴 사진 찍어 올리면

해당 산지기가 승인완료 해주어야 완성됩니다.


그날도 눈이 왔고

일행과 군사도로 따라 열심히 올랐지만

종점에서 마주친 것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군부대 정문


'이 산이 아닌가벼~'


다시 내려 복기하니

설운삼거리에서 초반부터 길 잘못

3시간의 굴욕적 대형 알바였습니다.


'역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여'



대형알바 시발점


그날의 허탈한 기억에

썩소 지으며

워밍업 삼아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눈 쌓인 시멘트도로


자욱한 안개

곰탕 속 나아갑니다.



곰탕도로


입구에서 한 시간 반

정상 2백 m 앞둔 갈림길


시계 제로 도로 뒤로하고

눈얼음 뒤덮인

가파른 암릉길 오르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새로운 세상 펼쳐집니다.



정상가는길


눈꽃 만개한 겨울왕국


가지마다 휘어질 듯 쌓인 눈

세찬 바람과 새하얀 상고대


가슴 적시는 코발트블루 스카이~


개였다 흐렸다를 반복하는

진청색 하늘에

바삐 흩어지는 흰구름



세상에나


숨 가쁘게 닿은 정상


경기 제1고봉이자 전국에서도 14번째 높이,

우리나라 배꼽 위치에 있어

중봉(中峰)이라 이름하고

'한반도의 중심'이라 적어놓았습니다.



정상석 앞뒤


화악산은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하며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광주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서쪽에 국망봉(1,168m), 동쪽에 응봉(1,436m) 등이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가장 높은 산입니다.

서쪽 사면의 적목리에서 발원한 수계는 명지산에서

발원한 지류와 합하여 가평천을 이룬 후 북한강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수계는 사창리 부근에서 사내천으로 흘러듭니다.


북위 38°선의 바로 남쪽에 주봉이 위치하고

6·25 전쟁 당시 격전지로 유명하며 특히 이 지역

전투에서 중공군 대부대를 섬멸한 것을 기념하는

화악산전투전적비가 사창리에 세워져 있습니다(다음백과).



화악산 능선


겨울의 끝자락


시리도록 파란 하늘


검은 가지 가득 피어

허공에 흐드러진

휘황 찬란 영롱함



허공에 핀 설화


내리는 길 가팔랐지만


나무마다 한창인 상고대 

희고 파란 원색의 조화

꽃잎처럼 휘날리는 눈꽃


몽환적 아름다움에 취해

한 발 한 발 아끼며

비틀비틀 나아갑니다



눈꽃 만개


환상적 설국

이리도 멋진 설경이라니


봄의 입구에서

멀지 않은 산에서

겨울의 멋진 뒷모습

눈구경 실컷 하는 호사


가슴까지 찌릿해집니다.



설국


눈 덮인 숲 잠시 끊기고

까마득한 낭떠러지


갑자기 시야 터지며

웅장하게 흘러가는 거대 능선


괜히 경기 제1봉이 아니었고

다시 오라 한 이유 있었습니다.



능선


계속되는 눈꽃 향연


시야 닿는 모든 장면

그냥 그대로 그림엽서

어질어질 구름 위 걷는 기분


'스카치블루에도 끄떡없었는데

 술 마이 약해지더니

 코발트블루에도 취하는구나~'



그림 설경


1천 m 내리 꼽는 하산길


푹신하게 쌓인  덕분에

쿠션 받으며 미끄럼 타듯


중력 따라 계절 따라

포근한 계곡 향해 수직 하강



하산길


한참을 내려 조무락골 도착

새가 춤추며 논다는 깊은 계곡

사시사철 맑은 물 마르지 않는 곳


이미 100산 완등했지만

우정산행 함께 해준

풍류를 알고 가슴이 따듯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긴 계곡이 잠깐이었고


하류로 갈수록

언제 겨울이었나는 듯

골골이 가득한 봄의 소리



조무락골


38선 지난다는 날머리 삼팔교

75번 국도 반짝이는 햇살


뜨끈한 해장국에 소주 한잔

이야기 꽃 피웠습니다.



38교


*2023년 2월 19일 비눈 내리다 맑은 날 산악회버스 타고. 친구와 둘이 즐긴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화악터널~군사도로~정상중봉~복호동폭포~조무락골~삼팔교 총 12km 5시간 20분 설경과 코발트블루 하늘에 취해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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