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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산산 바람바람바람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7장 27산 한라산

by 여의강



산처럼

바람처럼


산 따라

바람 따라


산산산


바람바람바람



고사목



한라산(1950m)을 다녀왔습니다.


성판악~관음사 코스를 택했습니다.

반팔티로 시작했는데 오를수록 날씨가 변화무쌍입니다.


운무 흩어지는 정상은 '한라푸르나'가 되어 춥고 바람 불어 파카로도 부족할 정도더군요.


내리는 길도 한참을 차가운 안개가 따라왔고

음지 녁 바위 밑에는 고드름까지 피었지만,

용진각 대피소터 오니 다시 따듯한 봄날입니다.


3시간 반 오르고 3시간 10분을 내려 총 6시간 40분 이동했고 방송하며 쉬는 시간까지 8시간 20분 산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답게

크고 웅장하고 멋진 위용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성판악 한라산


한라산(漢拏山)은 '은하수를 붙잡을 정도로 높다(雲漢可拏引也)'는 뜻으로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활화산이며 금강산, 지리산과 함께 대한민국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별개로 고려 삼별초라든지 조선시대 각종 민란과 왜구의 침입이 빈번하였던 산이기에 역사적으로 영광보다는 분노를 더 많이 먹고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연함 잃지 않고 민족의 산으로서 민족과 함께 숨결을 같이 해왔으며, 태풍의 길목에 우뚝 서서 내륙 지방 지켜주는 수문장 구실까지 해오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 되었지요.



관음사 하나산


백록담은 신선이 타고 다니던 흰 사슴이 물 마시는 연못이라는 뜻이지만, 정상에 물이 없거나 조금 고여있는 경우가 많고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 온 다음 날이 돼야 물이 가득 차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답니다.


전설에, 제주도 만든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이 너무 뾰족하다고 꼭대기만 잘라 던져 백록담이 생겼고 던져버린 부분은 제주도 서남쪽 산방산이 되었답니다.


산방산(345m)은 용암이 굳어 생긴 작은 돌산인데,

산 밑둘레가 절묘하게 한라산 정상 지름과 얼추 맞아떨어지고. 돌의 재질마저 한라산 정상부와 마찬가지로 조면암이니 그런 얘기가 생길 만도 하겠더군요.



백록담


한라산 등산은 성판악, 관음사, 어리목, 영실, 돈내코, 어승생악, 석굴암 7개가 있는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2개 코스뿐입니다.


가장 길지만 비교적 평탄하고 출발점이 해발 750m나 되는 성판악(9.6km)으로 오르고,

탐방로 중 가장 험하지만 경관이 빼어나며 공항 접근성이 좋은 관음사(8.7km)로 하산하는 것이

제일 무난하지요.


성판악 코스는 속밭, 사라오름 입구,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정상 부근까지는 볼거리가 그다지 없는 것에 비해,

관음사 코스는 다소 힘들지만 삼각봉, 용진각, 왕관릉, 병풍바위 등 경관이 매우 좋습니다.(네이버, 나무 위키, 한라산 국립공원)



한라산 등산로



0430.

제주 호텔에서 기상하여 전날 예약해둔 밥집에서 친구들과 해장국으로 속 채운 후 택시로 30분 달려 성판악으로 갑니다.


한라산 등정에는 사전 탐방예약이 필수이지요.


0530,

여명 뚫고 잘 정돈된 등산로 따라 새벽 숲 내음 맡으며 오릅니다.


오늘 등반은 서울의 모교 강당에서 열리는 고교 창립 100주년 행사에 히말라야와 지리산 한라산을 엮어 생중계하는 미션을 안고 동기 9명 포함 13명의 동문들이 함께 올랐습니다.


들머리



등산로는 돌길 흙길 테크 길로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어 편히 오를 수 있고,

주변으로 빠질 수 없게끔 숲을 잘 보존하며

다소곳 이어져 있더군요.


조릿대며 후박나무며 삼나무며

낯익은 나무들도 자주 보였습니다.



등산로 초입



한 시간 정도 꾸준한 속도로 올라가니

아담한 속밭 휴게소 보입니다.


백당나무가 흰꽃을 피워내고 있더군요.



속밭휴게소와 백당나무



0750,

휴게소 지나 사라오름 거쳐 1시간 정도 더 올라오니 진달래대피소가 나타납니다.


정상은 추울 거라 예상하고 동시 중계 시간 맞추어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 취하다 다시 올라갔습니다.



사라오름과 진달래 대피소



이제부터 오르막이 조금 가팔라지며

전망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멀리 제주 바다 신기루 인양 아련히 펼쳐지고 도벌꾼들에게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꿋꿋이 고산 지키는 구상나무 군락과

고사목들이 비장한 풍경 만들어주더군요.



구상나무와 고사목



불어오는 바람

점차 거세집니다.


산바람에도

마라도 비릿한 내음 녹아있더군요.


산에도 분명

바다가 있었습니다.


구름 흩어지는 거대한 능선,

구불구불 이어진 등산로

연기처럼 휘어나갑니다.



정상 가는 길



백록담 다가갈수록


지쳐 누운 고사목

백골처럼 빛나며

바람의 형상대로 이지러져

산과 하나 되어있습니다.


키 작은 나무

서로 몸 부비며

부둥켜 움츠리고

미처 굴러 내리지 못한 바위 사이

폭풍의 언덕 꼬옥 잡고 누운

황 초록 잡초

거친 신음

산을 휘젓습니다.


바람

바람

바람


산객의 몸 흔듭니다.

산객의 마음 붙듭니다.


휘리뤼뤼뤼뤼뤼이이잉~~



백록담 가는 길



0950,

정상은 엄청난 추위에 바람 불고 운무 짙습니다.

몰아치는 바람 따라 금방 환하던 백록담 금방 곰탕 되더군요.


그 와중에도 정상석은 잔뜩 웅크린 인증객들로 붐볐습니다.


50여 분만에 동문들과 생중계 성공리 마치고

서둘러 하산합니다.


추위와 바람이 한참 따라왔습니다.



백록담


관음사로 내리는 길은 성판악에서 오르는 길보다

훨씬 가팔랐지만 한라산의 높고 깊은 모습 잘 보여주었습니다.


백록담 둘러싼 거대한 산봉우리와 왕관바위,

안개 뚫고 쏟아져내리는 기암절벽들

한라의 신비함 더해주더군요.



한라산 기암괴봉



관음사 내리는 길에도 고사목과

바람결 따라 휘어질 대로 휘어진 나무들

자연에 동화된 모습으로 버티고 섰습니다.



바람 따라 휘어진 나무들



급경사 50여 분 내려오니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해집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용진각 대피소에서

점심을 했지요.


움푹 파인 분지 형태인 이곳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한라산 풍경이 장관이더군요.



용진각에서 바라본 한라산



식사 후 용진각 현수교 건너 풍경에 취해 한 시 간여 오르내리니

뾰족한 봉우리 멋들어진 삼각봉 대피소에 닿습니다.

여기서부터 모노레일도 운행되더군요.



삼각봉



다시 한참 내려 물 마른 탐라계곡 만납니다.

온갖 형상 바위들 계곡을 메우고 있습니다.


계곡이 휘돌아 나가는 은밀한 곳엔

깊이 알 수 없는 검은 물 가득 고여

음기 뿜어내고 있더군요.



탐라계곡



1400,

조릿대 사이 돌길 흙길 테크 길로 길게 이어지는 숲,

정해진 탐방로 밖에는

어떤 한라산 또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날머리 관음사탐방센터 닿더군요.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산행,


한라산 등반 후 마시는 한라산이 꿀맛입니다.



관음사 가는 길


*2022년 5월 2일 올랐습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정상은 바람 불고 추웠습니다.

*성판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용진각~삼각봉대피소~관음사탐방쎈터 총 18km 놀며 쉬며 일하며 8시간 남짓 걸은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함께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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