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先人의 손길 따라 仙人의 숨결 따라

백산심론(百山心論) 4강 4장 34산 경주 남산

by 여의강


경주 남산(468m)을 다녀왔습니다.


1일 3산 두 번째 여정입니다.


영남권 100산 중 높이는 가장 낮은 산이지만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신라 천년고도에 있는지라

산 전체가 장인의 도화지이자 작업실인 듯

바위와 절벽 도처에 문화재며 예술작품들이 넘쳐났습니다.



마애석가여래좌상


산마다 골짜기마다

신라인의 마음과 정신이

물결쳤습니다.


先人들 손길

仙人들 숨결

함께 천 년 세월 었습니다.



마애상


남산은 경주 남쪽에 위치하며

금오산과 고위산 2개 봉우리에

34개 계곡을 품고 있는데

남북 8km, 동서 4km 거북 모양으로

완만한 동남산과 골이 깊고 가파른 서남산으로 나누어집니다.


신라시대 불교 유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불교가 신라에 전파되면서 숭산 암석 신앙과 연관된 불교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곳입니다.


현재까지 절터 112군데, 석불 80체,

석탑 61기, 석등 22기 등 유물유적이 발견되어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요.


또한 신라 시조 박혁거세 탄생설화가 있는 나정,

신라 최초의 궁궐터인 창림사 유적,

서쪽 기슭의 포석정지 등이 있어

신라 개국이래 줄곧 신라인과 호흡을 같이하며 신성시되어 온 산입니다.(네이버)


그러나 이곳의 많은 사찰과 불상 석등 등 문화재가 조선의 억불숭유 정책, 몽골과 왜구의 침입,

일제의 악랄한 수탈, 도굴꾼들의 훼손 등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심하게 망가진 채 남아있어

산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불두훼손된 불상


금정산 야간 등정 마치고 1시간 차를 달려

경주 배리 삼릉 주차장 닿았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과 첨성대 안압지는

몇 번 와보아도 남산은 처음입니다.


경주 남산 등산은 이곳 삼릉에서 시작,

용장골로 내려가는 코스 많이 택하지요.



남산 삼릉 들머리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삼릉은

동서로 세 왕릉이 나란히 있는데,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박씨 3 왕의 능으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구비구비 휘어져 하늘 가린

울창한 소나무 능을 감싸고

향긋한 솔향 숲 안 가득합니다.


끝까지 남아 산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등 굽은 나무라는 말 실감 납니다.



삼릉 소나무 숲


불두(佛頭)가 훼손된 부처상 필두로

삼릉계제3사지, 선각육존불 등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보이는 불상이며 절터가

산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말이 딱입니다.


돌계단 따라 삼릉계곡 정상부 오르니

남산에서 가장 높은 사찰이며

선각마애관음상 품은 상선암 나타납니다.


남산의 돌은 화강암 중에서도

장인 생각대로 조각이 되는

희귀한 성질을 갖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요소요소 바위와 절벽에는

석벽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긴다는 '마애상'이 자주 보입니다.


불심과 장인과 재질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 생각됩니다.



선각육존불, 상선암


절을 지나 신선들 내려와 놀았다는

바둑바위 절벽에 서니


유서 깊은 들판 넘어

멀리 경주시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둑바위 전경


정상 능선 조금 벗어난 바위

탁 트인 절경 예사롭지 않아 가보았더니

금송정이란 정자 터더군요.


'경덕왕 때 음악가 옥보고라는 이가

여기서 바위와 솔잎 사이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파란 하늘 벗 삼아 가야금 뜯으며 세상 시름 잊었다'

라고 삼국사기에 전한답니다.


당시 음악가의 시름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금송정터에서


능선 따라가는 길도

마애석가여래좌상등 문화재가 넘쳐나

산객의 발길 잡았지만,


그 훌륭한 불상이며 석등이며 사찰들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어

바라보는 마음 편치 않습니다.



마애상


산중에 있어

흐르는 세월과 풍상에 깎이고 패인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왕조 정책 바뀌었다고 엎어버리고

외부 침략에 불타고

도굴꾼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것이 서글프더군요.



절터와 마애불상


부처상 불두 훼손은

그 안의 사리나 부장물을 탐낸 이들이

그래도 차마 부처님 머리를 쳐낼 수 없어

불상을 넘어뜨려 떼어냈기 때문에

불두가 계곡으로 굴러 깊이 파묻혀버려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몸과 머리가 따로인 부처상이 많은 이유이지요.


제대로 된 불두 중에서도

특히 코가 없거나 새로 복원한 것이 많은데

아들을 원하는 민간신앙 때문에

코를 떼어 갈아 마신 때문이라 하니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말과 일제강점기 참담한 상황에 비하면

많이 복원되었다고는 하나,

더 망가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세계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되더군요.



불두가 떨어진 불상


능선길 따라 닿은 널찍한 정상 금오산(金鰲山),


'황금 자라'라는 뜻인데

김시습이 남산 용장사에서 쓴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가

이 봉우리 이름에서 따왔답니다.



정상 금오산


내리는 길도

약수계곡 마애입불상, 약수곡 절터 등

문화재가 자주 눈에 띕니다.



불두손실 마애산


남산 구석구석 신라인들의

불심이 넘쳐났습니다.


머리 잘려나간 부처님 흉상에

다시 한번 아픈 마음 들었습니다.


2007년 남산 열암곡에는 엎드려 있는 채로 있어

사람 눈에 띄지 않아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된 불상이 발견되기도 했다지요.



열암곡 불상(네이버 캡처)


산 전체를

좀 더 자세히

좀 더 천천히 돌아보고 싶었고

최소한 용장골까지는 가고픈 마음이었으나

이번 산행의 목적이 그게 아닌지라,

충분한 여유 갖고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지름길 약수계곡으로 하산길 잡았습니다.



약수계곡


구불구불 푸근한 길

따사한 햇살 산들바람

선인들 마음 녹아있습니다.


푸른 하늘

넓은 들판

한적한 도로


바람처럼 걷다가


돌아서 남산 바라보니

오르기 전과는 달리

신라인들 숨소리 들리는 듯합니다.


아주 가까이서.



경주 들판과 남산


*2022년 5월 29일 1일 3산 두 번째 산행, 맑고 푸르렀습니다.

*삼릉주차장~상선암~바둑바위~금오봉~약수계곡~원점회귀 총 4.8km 2시간 20분, 신라 천년에 비하면 찰나와 같은 뜻깊고도 아쉬운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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