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릴까?
매년 양력 약 4월 20일 경, 하늘에서 봄을 기리기 위한 비가 내린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해진다.
곡우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 신호와 같지만, 겨울내 움츠리고 있던 씨앗들에게 응원의 메세지가 되기도 한다. 흙곡에서 웅크린 곡식들이 영양소를 얻는 비, 긴 겨울의 기다림 끝에 자신을 드디어 내보일 시간인 된 것이다. 어떤 씨앗은 힘을 내지 못해 싹이 트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녀석은 움크리다가 지쳐서 흙곡안에서 썩어 버렸을 수도 있다. 어떤 씨앗은 가파른 절벽에서 싹을 틔워 누구에게도 보여질 수 없으며, 다른 씨앗은 야생이 피어나 길을 가던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의 찬사를 들을 수도 있다. 자신이 꽃인줄 알고 피어난 녀석에게 평생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칭찬으로 자신이 아름답게 피어난 꽃인지 알게 된 씨앗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씨앗이 아닐까? 긴 겨울의 움츠림을 버티며 사회로 나아갈 곡우를 기다린다. 저 친구는 먼저 싹을 터서 멋진 정장을 입었고, 또 다른 친구는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세계로 나아갔다. 아직 움츠림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친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책을 펼쳤다. 다들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견디어 낸다.
사실, 누가 먼저 싹을 틔우는가는 중요한게 아닐지 모른다. 긴 기다림속에 자신을 위한 곡우가 내릴 것이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할 것이다. 모두가 아름답다고 하는 꽃만 꽃이 아니며, 모두가 맛있다고 하는 열매만 열매는 아니다.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도 누군가에겐 아름답고 소중하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만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자신의 매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여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회에 나가지 못한다고. 지금 당장 취업을 못하고 결혼을 못한다고 해서 내 꽃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초라해보이는 자신의 씨앗이 미래의 당신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싹을 먼저 피웠다고 해서 꽃이 먼저 피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곡우가 내릴지 모르니까, 그 때까지 자신을 더 아끼며 더 움츠리고 더 기다려 보자. 혹시 아는가? 당신의 씨앗이 바오밥나무보다 크고, 버들나무보다 더 그늘지고, 아카시아보다 더 향기롭고 참나무보다 더 단단할지? 아니면 잭의 콩처럼 하늘 높이 솟을 수도 있으니 성급하게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말고 나를 위한 곡우를 기다려보자. 그때까지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두드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