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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l 12. 2018

출근길 전우

이름도 모르는 그대들에게

   직장인의 삶은 초침이 늘어난 시계와 같다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맞고 오후에는 자꾸만 늘어지는, 마치 출근시간은 일정하고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나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퇴근길에는 마주치는 사람이 적다. 늘 다른 시간에 집에가니까. 아니면 가끔 소주 한잔에 인생을 털어넣기도 하니까.

   하지만 오전 출근길에는 늘 비슷한 시간대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같은 시계의 삶을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나를 스쳐지나간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그 사람이 내 주변에 머무는줄. 언제나 같은 시간에 내 시간을 스쳐지나가는지 알지 못했다. 한 곳에 작은 점을 계속 찍다보면 번져나가는 잉크때문에 점이 커지듯이 매 시간 출근을 할 때마다 보던 사람들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 봤던거 같은데?"가 시작이었다. 그 후 "오늘 또 보네?" 가 되고 그 다음에는 괜히 속으로 반가워진다. '너도 이 시간에 어디를 가는구나' 묘한 동질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이 지나게 되면 그들은 이미 이름을 모르는 친구가 된다. 혹은 직장이라는 전쟁터에 참여하는 전우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름은 모르지만, 친구보다도 더 자주보게 된다. 오늘의 패션은 어떤지 속으로 말을 걸기도 하고, 평소와 다르게 차려 입으면 괜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늘 보이던 시간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오랜시간 보이지 않으면 휴가를 갔나보다 하는 부러운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참 묘한 오지랖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또 인사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면서도 서로를 인지하는 기분이 들고,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것만 같다. 최근 늘 8:25분경에 보이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직장을 옮긴 것인지 아니면 출근 시간이 바뀐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서든지 그 친구의 삶이 안녕하기를 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동안의  우정을 (혼자) 쌓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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