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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l 12. 2018

열등감에 대하여

열등감을 연료로 삼을 수 있을까?


   오랜만에 지인 A와 같이 점심을 먹게되었다. A는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한 학년 후배인데, 이상하게 우리 둘의 감성이 비슷해서 꾸준하게 연락을 통해 인연을 지속해오고 있다. 우리 둘은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첫번째로는 이상하게 낙천적인 성향, 두번째로는 예술을 좋아하는 감성, 세번째로는 학부의 열등감으로 석사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하지 않는 애' 였다. 물론, 다들 이런 소리를 듣고 살았겠지만 나는 정말로 공부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는 잠을 자기 일수였고, 야자시간에는 친구들의 폰으로 게임을 하기 바빴다. 한번도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어도 적당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기 때문에 절실함 따위는 없었다. 적당한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이 다되갈때 쯤 공부의 부족함을 깨닫고 석사를 지원했고, 소위 말하는 개고생 끝에 졸업을 하였다. 그리고 내 뒤를 이어서 A가 방황 끝에 석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A는 "우리에게 있는것은 학부의 열등감이다. 이 열등감을 우린 분명 긍정적으로 바꾸었는데 증명할 수가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석사를 지원한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위한 변명이었을지 모른다. 소위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교를 가지 못한 것이 무의식에 잡혀있었고 그 감정이 나를 석사라는 학력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석사를 위해 학교에 간 순간부터 이름난 학교의 친구들에게 질투심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미 마음부터 져버린 것이 아닐까.

   "누구나 숨겨진 열등감이 존재한다." 이것은 A와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이 열등감을 질투와 시기가 아닌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방법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A와 나는 먼저 받아들였다. 그것이 내 열등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본인들이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탐했고,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상력을 키웠다. A말처럼 나와 A는 지금 당장 우리의 상상력과 강한 멘탈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는 말이 더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또 웃었다.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너와 내가 이렇게 뜻이 통하니. 우리는 또 해낼 수 있을거야.

   그래, 나와 A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열등감을 긍정의 에너지로 삼아서 긴 인생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인생은 길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젊다. 그래서 우린 또 오늘 열등감을 에너지 삼아 웃어본다. 감추지 않고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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