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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l 12. 2018

시처럼 살어리랏다.

시처럼 표현되는 삶이란

   시처럼 살고싶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었다. 그래 나도 예전에는 꿈이 있었던 것 같다. 매일 밤 머리속을 뛰노는 상상들을 붙잡아서 누구도 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자주 읽었고 종종 써보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순수했고, 그래서 글을 쓰는데 막힘이 없었다. 누군가는 허세다 중이병이다 했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그들이 안쓰러워보였다. 그때는, 그랬다. 

    나이를 먹게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나는 하나씩 나의 상상들을 내려놓았다. 겉잡을 수 없는 세계는 내 흥미에서 벗어났고, 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꿈들을 버렸다. 그랬으면 안되었지만 그것을 놓아버린 것은 당면한 과제 같이 느껴졌었다.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사랑을 했다. 사랑을 할 때 그들을 위한 글을 적지는 못했지만 이별의 아픔마다 슬픈 스토리를 적었다. 상상력을 키웠던 꿈들은 조금씩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보잘 것 없는 짧은 단편들을 만들곤 했다.

    어느날, 시를 읽는 여자를 만났다. 그때까지 나는 시를 읽는 사람들은 고상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나의 늪에 빠져있었다. 시를 그저 학창시절에 외워야 하는 단어들의 나열 따위로만 생각했으니까. 시의 함축된 언어들의 아름다움을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는 늘 옆에 시집이 있었다. 침대 근처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시집들이 나는 퍽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씻으러 들어갈 때마다 나는 조금씩 시를 읽었고, 그녀가 나오면 후다닥 시집을 원위치에 돌리고 보지 않은 척 노력했다. 뭐랄까 시집은 내게는 너무나 고상한 세계의 단어들이었다. 아마도 내가 아직은 어렸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진 후 나는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단어와 단어를 꾹꾹 눌러 읽으면서 가슴에 담고 눈에 담았다. 시의 응축된 단어들, 직접 말하지 못하고 알아주기를 원하면서 말하는 어휘들에 나도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가슴에서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시의 짧은 글귀 속에는 삶이 있었다. 말하지 못하는 아픔들에서 나는 자주 멈추었고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고상하다고 속으로 궁시렁 대던 내가 조금은 초라했고 유치했다.

   그 후 나는 시를 자주 읽었고, 또 시를 썼다. 시처럼 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한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함축된 단어들, 문맥으로 하는 비유들. 그렇게 담백하고 또 간결하게 살고 싶다. 세상의 모든 잡다한 일들은 별일 아닌것 처럼 고귀한 단어들로 삶을 살고 싶다. 작은 비유에 눈믈을 흘리고 또 웃어볼 수 있는 시같은 삶이 되고 싶었다. 현실에 따라 흘러가는 삶에선 시처럼 살기란 사실 매우 어렵고 또 힘들다. 하지만 나는 자주 시처럼 살고 싶어서 시를 쓴다. 조금은 내 말하지 못한 아픔들이 담기기를 기도하면서, 또 그리고 내가 시처럼 역경을 이겨내기를 소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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