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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l 12. 2018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초심을 잃은 초심에게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하는 길에, 노포 식당에 관련된 내용이 귓가에 맴돌았다. 10년간 식당 장사를 하는 것도 힘든일인데, 30년 50년 100년을 대를 이어서 지속하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의 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창의성이 넘치기 때문에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해서 자신의 것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노포식당들은 100년이 넘게 유지되는 것들이 있다. 400년 대를 이어서 유지하는 경영자들의 마음가짐을 들으면 "선대랑 똑같이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도 아니고 "더 많은 이익을 내자"도 아닌 "선대만큼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들은 옛것을 유지하는 것에, 변하는 세대에 변하지 않는 기준을 유지하는 일에 마음을 다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하는 다짐은 "초심을 잃지 말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초기의 강한 의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에 나태해지지 않기를 바람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의지가 생각보다 길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자꾸 "초심"을 찾아서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거다. 내 처음은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김질 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자주 변한다. 더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 마음이 쏠리고 흔들린다. 지금 하는 것은 어쩐지 가망이 없어 보이고 조금 변화를 주면 다른 효과가 나타나서 시야에 보이는 성장이 이뤄진다고 믿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간단한 사실을 자주 잊고 지낸다.



   최근 수영 대회에 나갔던 적이 있다. 수영 대회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대부분을 이루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2년간 수영을 쉬었지만 나름 수영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무언가 하나는 할 줄 알았던 알량한 마음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아마추어 대회인데 메달 하나 정도는 따겠지. 알량한 자신감이 시야를 흐렸다. 대회 성적은 최악이었다. 첫 장애물 시합에서 오리발이 벗겨져 실격. 잠영에서는 수경이 벗겨저서 실격. 그나마 스쿠버 잠영에서만 4위를 하는 기록을 겨우 이뤄냈다. 나의 한계를 발견했고, 알량한 내 마음을 직시하였다. 겸손의 중요성과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올라오는 버스에서 나이가 지극히 드신 코치님이 일어나서 한 말씀이 있다. "여러분들은 이제 바닥에서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번 시합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큰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중 몇분은 메달의 자신감을 갖고 왔을 수도 있지만 세상이 넓다는 것을 배웠을 것 입니다. 또한, 그 무엇도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도 배웠겠지요. 우리는 이번 경험으로 바닥을 경험했습니다. 이건 좋은 기회이고 좋은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느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성장할 일만 남았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았습니다. 오늘의 기분을 절대 잊지말고 살아주시길 바랍니다."

   꽤 감명에 깊었던 이야기였다. 사상누각의 의미를 깨달았고, 한걸음씩 올라가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세상은 자꾸만 빨라지고 새로운 정보는 끊임없이 방출된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보다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의 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한걸음씩 자신의 것을 쌓고 절대 성급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는 것을 믿고 세상의 파도에 흔들려하지도 않는다. 몇 십년을 운영해오는 노포식당들처럼 우리는 변하지 않는 마음을 꾸준히 상기시키면서 자신을 수련해야하는 법을 배워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는 가장 구식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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