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혹은 모순

by 구콘


쏟아지던 발걸음을 뒤로하고

눅눅한 하루를 걷어내기 위해

샤워기를 틀고 생각에 잠긴다.


이 물줄기처럼 당신이 쏟아져 내리면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작은 몸에 너라는 마음 전부를 담아낼 수 있을까


발끝부터 두려움이 차오르다가도

떨어지는 물방울에 당신의 생각을 흘려보기로 다짐한다.

가라앉기 전에 털어내야만 하는 내 마음도 모르고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와

무방비의 나를 안는다.


내가 꽃이라면

너는 같이 시들어줄래

내가 비라면

너도 같이 떨어져 줄래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같이 추락하자는 말을 사랑한다고 읽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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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을 마시면 당신은 죽지 않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무조건 죽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당신은 이 약을 함께 마실 건가요. 의사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주저했지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값을 지불했다. 의사는 조용히 돈을 받은 후에 약을 처방해주었다. 약국의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의사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그 사람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나 없는 고통을 잊고 살아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