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사랑해보자.
연애를 하다 보면 늘 행복한 순간만 있기를 원하지만 슬픈 순간들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연인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 자신을 더욱 사랑해주기를 원해서, 자신을 더욱 이해해주기를 원해서 싸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더욱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실망이 커지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신기하게 조작되었다. 행복한 말이나 기분 좋게 해주는 말은 참 하기 힘들어하면서도 남을 상처 주는 말은 가지각색으로 창의력 있게 뱉어낸다. 그래서인지 연인들이 싸우다 보면 참 모질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처음부터 모질게 말하면서 다투지는 않는다. 그러나 점점 감정이 격화되고 "어디 한번 끝을 보자!"라는 호승심(?)이 돋아 잊히지 않는 상처를 주는 말들을 많이 하게 된다.
좋아하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에서는 사랑에 대한 명언도 많았지만, 거침없이 상대를 무너트리는 대사들도 많았다. 윤석현 역할로 나오는 이진욱은 주열매 역할로 나오는 정유미에게 "넌 미쳤어"라는 말도 서슴지 않게 뱉었다. 하지만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에서 느껴졌던 모진 말은 윤석현의 대사가 아닌 주열매의 대사였다.
열매 : "넌 이 동그라미 안에서 맨날 나를 밀어냈어. 나는 네가 나를 밀어낼 때마다 싸워도 보고, 매달려도 보고, 기다려도 봤어.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 근데 이제 그렇게 안 살 거야. 진짜 끝이야. 넌 좋겠다! 이 동그라미 안에 혼자 남아서. 넌 이 동그라미와 함께 영원히 혼자야!"
크게 욕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를 처참하게 외롭게 만드는 대사였다. 물론, 윤석현이 주열매를 외롭게 만들었던 잘못도 있지만, 주열매의 대사들은 너무나 사무치게 상대를 외롭게 만든다. 꼭 모진 말이 심한 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를 처참하게 혼자로 만드는 것만큼 잔인한 말은 없다.
#모질게 말한 사람도 후회한다.
상대에게 모질게 말한 사람은 과연 속이 시원할까? 영화 <해바라기>에서 오태식을 연기했던 김래원의 명대사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남는다. 착하게 살려고 조용히 살려고 노력했던 태식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뺏어가려는 상대에게 태식은 처절하게 외친다.
태식 :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정말 속이 후렸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진 말을 뱉어낸 사람은 정말 속이 시원할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물론, 말한 순간에는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내 곧 후회한다. "아, 내가 왜 그랬지. 아... 그 말은 하지 말걸. 많이 아팠을까?" 등의 생각이 들고 상대를 걱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먼저 사과하지는 않는다. 이상하게 사과를 하면 지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고, 자신이 이런 모진 말을 하게 만든 상대가 밉기 때문에 후회는 하더라도 먼저 사과하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다시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2>로 돌아가 보자. 주열매는 자주 윤석현에게 끝내자는 말을 뱉었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날 위해 상대가 바뀌어주기를 원하면서 '헤어지자'는 극강의 무기를 던졌다. 그러나 그건 헤어지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열매 : "끝내!"
'입 밖으로 그 말을 뱉어낸 후 나는 바로 후회했다. 미안하다고 말해주길 바랬다. 이러지 말라고 달래주길 바랬다.'
모질게 뱉어낸 말은 그 순간의 기분이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상대의 진심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표현방법을 익히지 못한 것이다. 모질게 말한 사람도 후회한다. 상대방은 그 사람의 말에 상처를 입지만, 말을 뱉은 사람은 자신의 말에 상대가 아파할 것을 알고 상처를 입는다. 우린, 참 서툰 사람들이다.
#결국 이별했다고 해도 자책하지는 말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이유를 따지자면 끝도 없다.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라는 단순한 답을 내릴 수도 있지만, 지친 사람들도 있고 사랑해도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답고 완만하게 이별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가 헤어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가, 모질게 말하면서 서로를 상처주다가 헤어진다. 분명 사랑할 때는 아름다웠는데, 헤어질 때는 지쳐있고 다쳐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말에 상처를 입고, 사랑했던 사람을 욕하고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허'가 아닐까?
영화 <연애의 온도>는 현실적인 연인들의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동희 역의 이민기와 장영 역의 김민희는 정말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지겨운 연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영화 <연애의 온도>가 성황리에 끝났기에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장영 역을 맡은 김민희의 인터뷰 대사가 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사랑에 상처를 입고 '공허'가 남은 사람의 냄새가 짙게 흐른다.
장영 :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헤어지나요? 사랑했던 건 되게 아름다운데 그 끝은 왜 이렇게 추해지는 걸까요. 줬던 사랑이 아까워서? 줬던 사랑을 돌려받으려고? 사람 마음 마음대로 안 되는 건데... 단지 자기 혼자 고통당하기 싫다. 뭐 그런 건가요?
사랑한다고 열, 백번 얘기해도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게 연인관계라더니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거죠. 우연히 만나서, 우연히 사랑하고, 우연히 헤어지고, 인생 자체가 그냥 우연의 과정인 거죠. 어떤 의미 같은 건 없어요."
#다음 사람에게는 아프게 하지 말아요.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연인들의 끝은 결국 이별이다. 모질게 말한 사람도 모진 말을 들은 사람도 더는 사랑을 지속할 수 없다면 그 관계는 끝나는 게 정상이다. 두 사람이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둘의 싸움은 다시금 시작되기 마련이다.
자, 지나간 사랑은 아프다. 그리고 그립다. 하지만 돌아가지 말고, 계속 공허에 빠져있지 말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겹게도 자꾸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발라드의 왕자로 불렸던 가수 조성모 씨의 수많은 발라드 노래 중 <다음 사람에게는>이라는 노래가 있다. 조성모 씨의 잔잔한 목소리로 애절하게 부르는 이 노래의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다음 사람에게는 아프게 하지 말아요. 난 비록 이렇게 떠나가지만, 다음 사랑은 행복하기를 빌어요. 그래도 사랑한 그대니까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지나간 사랑을 거름 삼아서 앞으로 올 사람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아픈 사랑이 반복되면 결국 아픈 건 본인이지 상대가 아니다. 지난 사랑을 교훈 삼아서 앞의 사람과 행복해지자.
모진 말을 뱉으면 들은 사람도 아프고, 뱉은 나도 아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지만, 말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뱉어낸 말이 듣는 사람에게도 뱉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이제는 행복한 말을 자주 하자. 상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고, 상대가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칭찬하자. 행복한 말을 상대에게 전하면 상대도 기쁘고, 기쁜 상대의 표정에 나도 행복해진다. 그러니까, 부끄러운 거 다 내버려두고 풋풋하게 사랑하자. 이 서툰 사람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