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Jun 12. 2019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잊기 전에 해야 할 일

상처를 마주하기

헤어지면 가장 많이 하는 위로가 뭘까? 이런저런 위로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흔하고, 가장 성의 없는(?) 그리고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위로법은 바로 "괜찮아, 다른 좋은 사람 생길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과거의 사람은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를 덮어갈 수 있다. 그러나 꼭 정답만은 아니다.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잊으려 하지 마라


가수 하림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을 잃은 남자들이 술에 진탕 취해서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 중 TOP 10 안에 드는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실연을 당하고 노래방에서 굉장히 많이 불렀던 기억이 난다. 눈물이 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노래는 제목 그대로 후렴부에 불려진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 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의 절절한 가사를 읊으면서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고 또 지난 사랑이 잊히길 기대한다.


그러나, 절대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잊으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급하게 다른 사랑을 찾으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1) 외로워서 2) 실연의 상처가 아파서 3) 지난 사랑을 잊고 싶어서 4) 기타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지난 일은 잊고 살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 100% 만족하는 관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관계로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금방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오래 만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빠른 만남은 가벼움을 동반하게 된다.


첫째, 비교하게 된다.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감정의 화학작용으로 인해서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건 잠깐일 뿐, 금세 그 사람의 단점이 보인다. 지난 사랑을 완벽하게 잊지 못한 상태라면 자꾸 새로운 사람과 지나간 사람을 비교하게 된다. '걔는 이럴 때 이렇게 해줬는데...' '그 사람은 더 따뜻한 말을 해줬는데...' 단점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은 지금의 사람보다 지난 사람에게 더 깊은 그리움과 애정을 느끼기 때문에 왜인지 모르게 헤어진 사람이 진정한 사람같이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술도 한잔하고, 밤도 깊어진 순간에 당신도 모르게 [자니..?][뭐해..?]와 같은 문자를 보내게 될 것이다.


둘째, 가벼운 관계만큼 주기가 빨라진다. 쉽게 생긴 돈은 쉽게 쓴다고, 쉽게 생긴 마음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까지 주기가 빨라지면, 뇌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어라? 새로운 만남이 쉽네?' 새로운 사람과 조금 안 맞는다 싶으면 갈등을 해소하며 맞춰가기보다는 포기가 빨라진다. 빠르게 헤어지고 빠르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된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가벼운 만남이 반복된다. 남는 것은 가벼운 사랑에 대한 공허함과 깊어지지 못하는 마음에 대한 자기반성일 뿐...



#타인은 당신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는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상처를 다른 사랑으로 치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절대 내 마음에 난 상처는 다른 사람으로 치유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내면에 난 상처는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마데카솔이 상처가 덧나지 않게 도와는 주겠지만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내 몸에 있는 세포들이듯이, 내면의 상처는 더욱더 나 스스로가 치유하지 않으면 극복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잊기 전에, 지난 사랑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상처가 벌어져서 곪아버릴지 모른다.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벌어진 상처에 대한 대가를 꼭 새로운 사람에게 치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 더욱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내 상처를 제대로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별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보자. 내가 왜 헤어졌는지, 그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내 잘못도 있었는지를 이성적으로 판별해보아야 한다. 상대에게 높은 잣대를 두고, 내게는 너무 낮은 잣대를 두고 평가하지 말고 평등하게 지난 과오를 되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지 우리가 다음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다음 사람에게 실수하지 않을 것을 정. 확. 하. 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결국 인생은 혼자이고 우리는 동반자를 찾으려고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삶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의 시간을 몇 개월간 가지면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혼자로 몇 개월간 지내도 아무렇지 않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파괴적인 연애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뭐든 때가 있다. 과일도 제철이 있듯이, 계절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분명 가장 적합한 때에 가장 알맞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날의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 잠시 연애를 쉬어가면서 내면의 상처를 돌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왜 나는 너처럼 연애하지 못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