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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Aug 12. 2018

안정적인 직장이 있나요?

우리가 말하는 안정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 30이 넘어가면 많은 친구들이 현실 타격이 오기 시작한다. 30대의 기로에서 무언가 알지 못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바로 지금부터 3년 후 , 5년 후 내가 무엇이 되어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정도 직장도 다녀보았고, 사회 밥도 먹어보면서 쌓이던 고민이 터진다. "이대로 계속해도 되는 걸까?"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을까?"와 같은 고민들이 밤이 쌓여가듯이 차곡차곡 가슴에 쌓이는 것이다.

과거, 우리 엄마 아빠의 세대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회가 미친 듯이 발전했고, 또 IMF가 터지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새로운 것보다 옛 것의 지속과, 옛 세대들의 따름, 정부의 지침에 군말 없이 순종했고, 최루탄이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성취를 위한 고민보다는 가족을 살릴 걱정을 더 많이 하였을 것이다. 조용히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의 일원으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아이들의 군것질거리라도 사주는 것을 삶의 행복으로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는 너무나 다르다. 국경이 많이 사라졌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외에 나가서 살 수 있다. 과거보다 더 빨리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가 없어졌고, 사상이 변했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들도 많이 변했다. 젊은이의 절반은 옛 세대들의 길을 따라가기를 원했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나만의 것을 창조하기를 원했으며, 절반의 절반의 절반은 여전히 꿈이 없고, 나머지는 그저 살아간다. N포 세대라면서 많은 것을 포기했으면서도, 많은 것을 쟁취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 우리는 변했다. 우리 세대는 그 한가운데서 고민을 하게 된다. 30년 인생을 살았고, 향후 7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삶 중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30살이면 2년에서 많게는 5년 넘게 회사에서 근무를 했을 것이다. 월급을 받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면서 해외도 여행 가고 사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샀을 것이다. 지금에 만족해서 앞으로도 계속 회사에 다닐 수도 있을 것이고, 무언가 미래의 두려움에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중 후자였다. 고민을 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될까. 커서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눈 앞을 가렸다. 매일 밤 생각했고, 고민했고 그러다 하나씩 실행해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금씩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잡혀갈 때 즈음 새로운 제안이 왔다. 같이 한번 신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도 않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못하는 회사인 스타트업인 것이었다. 인원은 10명도 채 안되지만 꿈을 위해서 도전하겠냐는 제안이었다. 고민이 되었다. 나는 변하고 싶은데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이 아쉬웠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고 내 두려움의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되는 회사. 그래도 이름도 알려져 있고, 누군가는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 이런 회사를 두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 맞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누군가는 응원해주었고, 누군가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둘 만큼 그게 좋냐고 물었다. 좋냐고? 나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지금의 회사가 과연 언제까지 안정적일까? 내 삶의 마지막까지 챙겨줄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런 생각이 이단이라고 하는데 나에겐 너무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안정이라고 말하는 그 이면 뒤에 리스크를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앞으로 그 무엇도 안정적인 회사는 없을 수 있다. 금융위기에 세계적인 리만브라더스도 망했는데, 국가도 디폴트에 걸리는데 망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내가 행동할 수 있도록 하자가 답이었다. 망하게 돼도 나 때문이면 누굴 탓하겠는가. 내가 부족해서인데. 하지만 내가 열심히 했는데도 망하면 그건 얼마나 억울한가!

그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재미와 힘들게 일하기에 대한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고 대답을 들었을 때의 대부분은 도전하는 용기가 멋있다였고, 그다음이 재미있겠네였다. 그래 재미. 재미가 있는 것은 나를 춤추게 하고 힘을 내게 한다. 재미가 있어야 뭐라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빡세게 일하면서 성장의 길목을 열어두기였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나는 과연 먼 미래에도 성장할 수 있을까? 누군가 일을 주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고, 뒤늦게 내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하면 방법을 모를지도 모른다. 단계를 건너가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지만, 내 위의 대리가, 과장이, 차장이 나보다 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일을 한다면 그게 맞을까도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말하는 안정을 버리고 이 나이에 내 길을 다지러 간다.

요즘 챙겨보는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노비나 백정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판을 바꾼 것이 나온다. 이전에는 같이 대화도 못하는 계급들이, 시간이 지나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래 내가 노비 회사원에서 갑질 대마왕의 귀족이 되려면 지금 판이 아니고 다른 판에서 칼춤을 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얼쑤! 지화자 좋구나! 는 개뿔 사실 조금 후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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