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집착이 시작되는것 같고 그래
평소 새벽 수영을 가면 집에 들렸다가 출근을 했다. 회사가 이직 후 가까워진 것도 있고, 집에 가서 수영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가야하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지다보니까 집에 들렸다가 땀을 식히고 다시 나가도 또 더워지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예전처럼 출근준비를 완료하고 나서 수영장으로 갔다. 집에 들리지 않기에 생기는 시간적 여유때문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빈 탈의실에서 혼자 아침을 즐겼다. 그리고 옷을 다 입고 마지막 머리를 만지는데. 아뿔사 왁스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고민이 들었다. 집에 다시 가야하는가, 오늘 왁스 없이 하루를 살아야 하는가. 회사에 가서 왁스를 살까. 아니면 회사에 왁스가 누군가가 있을까. 모든 상황에 대한 고민으로 갑자기 여유로운 아침이 긴급하게 돌아갔다. 왁스를 안하면 자유로운 내 머리는 하루종일 나풀거릴 것이고, 물론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나 혼자 엄청 신경을 쓸 것 같았다. 키를 반납하고 왁스에 대한 생각을 골똘이하면서 버스정거장으로 가는데 문득 아차 싶었다.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분명 나는 여유로운 아침이었는데, 아침에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하나 빠진 순간부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에 집중을 못하고 왁스를 머리에 바른다는 생각하나에 집착을 하게 된 것이다. 머리가 순간적으로 띵하고 울렸다. 하나에 집착하게 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속이 좁아진다. 하루를 바꾸는 힘이라던가 생각을 바꾸는 일을 고민하면서 실상 내게 발생한 작은 사건에 내가 갇히게 되었다. 약간 모순적이고 또 우스웠지만 이렇게 소위 꼰대가 되는 건가 싶었다.
어른들을 보다보면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일에 굉장히 집착하시는 분들이 있다. 예를 어찌 들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들은 뭐 하나씩 생각나는게 있을 것 같다. 사실은 별거 아닌 그 작은 일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같이 심장이 두근거리게 되고,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그렇게 집착이 시작되고 그렇게 꼰대가 되는것이 아닐까 싶었다. 집착과 꼰대는 한 끗 차이니까. 그래서 그냥 뭐 어때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에 뭐 하루쯤은 왁스도 안바를 수도 있고 나만 못생긴 내 얼굴을 나만 기억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러고 나는 출근일에 올XX0에 들려서 왁스도 바르고 향수도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