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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반지하 13화

어항 속에서 마주친 그 눈은 침묵만이

전태일 열사여

by 짱강이

기억 속 편린만 내리 손 끝으로 긁어내 본다

그 심해 같은 구석을 자꾸만 갉작거려 본다

사실 물때는 환상통 같은 것

물은 흔적이 남길 수 없지


마주쳤다

이내 다시 감았다 뜨니 사라진다

다시 감으니 당신이 보인다

왜 눈을 뜨면 당신은 사라져 버리는 걸까

왜 눈을 감으면 당신과 눈물이 함께 차오를까

당신 결국 내 눈물이었나

당신 결국엔 메말라 버릴 저 강물이었나

당신 결국엔 기약 없이 저 멀리 떠나 버릴 표조였나


눈처럼 녹아내리는 당신을 부여잡고 울고 싶었다

이내 땅바닥의 물을 긁어모아 보지만, 시려운 손만 허공에서 떠돈다

그리운 그대여, 그대를 부여잡기에 내 손은 너무 잔악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땅 속으로 스미는 당신을 떠나보냈다


털갈이 후 잔깃털만 남기고 떠날 그대의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혹여나 그대 가는 길이 고달파질까, 그 파리한 복사뼈가 부러지기라도 할까, 나는 손도 뻗지 못했다


너른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당신의 해방을 내 손으로 더듬어 본다

갔어. 아주 멀리 갔어. 자유를 되찾았어. 일생의 격통을 지워 버렸어.

격통을 지운 그대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점보다도 작아 보일 만큼 널리 날 수 있을까.

부디 이 고통의 대지를 그 날갯짓으로 반동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애끓듯 작열하는 몸부림이 한 번쯤은 이 땅에 닿길 바라 본다


당신의 해방이

당신의 자유가

당신의 평온이

당신의 전부이자 일부가

오늘도 내게 이정표를 펼쳐 보여 준다

내게 오늘이란, 피학적인 고문이자 막노동이자 사막 속 오아시스 찾기인 것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제 그대 눈물짓지 않으리

그대 날갯짓 한 번에 이 땅에서의 편린들이 떨어져 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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