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너무 싫어서 떠난 당신이 그리워지면

by 짱강이


나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기지

당신이 얼마나 다정하고 사려깊고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는 인간인지

그런데 이미 당신은 없잖아


당신은 언제부터인지 내 삶에 나타나기 시작했지

너무 오래 전에 떠나 버려서, 모래처럼 흩어지는 당신을 마주해본 적이 없어. 아마 마주했다면 더 큰 상실감과 그리움을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네


30대가 됐을 당신이 너무 궁금하다

얼마나 더 멋져졌을지, 올곧은 사람이 됐을지 궁금해지곤 해

근데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인 생각 같아서 애써 지워 버리지.

이 세상이 너무 싫어서 떠나 버린 당신에게 미래라는 짐을 지우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당신이 그리워질 때면 나도 어쩌지 못할 때가 있어

우산 없이 폭풍우 앞에 내던져진 느낌을 받지

그러면 떠나기 전 당신을 보고 또 보면서 그리움을 잠시 달랠 뿐이야

그러면 또 이기적인 생각이 들고, 자책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또 그리워지고. 아이가 되는 것 같아. 그리곤 끝내 이 세상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하지


왜 당신을 영영 놓쳐 버렸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이 세상 때문이라는 결론만 나와. 그래서 가끔은 이 세상에 복수하는 마음으로 더더욱 거센 반항을 하곤 해.

너무 원망스럽잖아. 당신을 잃게 만들다니. 이 더러운 세상이. 여기가 뭐라고. 어째서 당신이어야 했을까. 이 역겨운 세상이 그렇게도 싫어지곤 해. 요즘엔 아주 자주. 나도 나를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이 세상이 혐오스러워지곤 해. 미칠 듯 지긋지긋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평온하게 잘 지내길 바라. 영원한 안식을 찾아 오밀조밀 잘 지내고 있길 바라. 그리고 언젠간 만나면, 당신 덕분이라는 말을 꺼내고 싶어.


가끔은 과한 파동을 일으키며 나를 흔드는 우울이 오곤 하지. 그럴 때면 당신이 또 그리워져. 그럼 나는 또 무력하게 당신의 파편을 찾곤 해. 이 물때처럼 찐득하고 역한 우울이 당신을 침잠시켰을 생각을 해. 어쩌면 그럴 수 있나, 울화가 치밀기도 하지. 그동안 당신은 어떻게 다스렸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마냥 슬퍼하진 않을게. 그것마저 실례이니.

이 집요하고 습한 우울이 불어닥칠 때, 당신이 생각이 안 나는 날이 오긴 할까? 온다면, 그때의 난 어떤 마음일까?

무슨 말을 더해. 애초에 너무 가혹한 세상을 끊어내지 못했던 당신에게.

수고했어. 고생했어. 당신은 언제나 내 자랑이야.


- 혼자서만 꺼내보는 나의 자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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