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위해 쓰는 글
뗏목을 타고 항해하던 중, 슬슬 지쳤습니다. 이 망망대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잠깐, 찾는 게 뭐였더라? 스멀스멀 올라오던 불안감은 순식간에 큰 파도처럼 내 세상을 덮쳤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이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손을 아무리 뻗어도 별은 잡을 수 없는 빛이었어요. 손은 허공을 허우적대고 몸은 출렁이는 뗏목에 딱 달라붙어있었죠. 힘들지만 항해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것 말고는 죽음뿐이었으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뗏목에 누워 잠시 잠을 자는데 뗏목이 어딘가에 쿵 하고 부딪혔습니다. 눈을 떠 보니 이게 무슨 일이야, 육지에 와있었어요! 얼마 만에 보는 육지인지, 얼마 만에 모래의 감촉을 느껴보는지 모르겠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땅에 댔습니다. 몸을 육지로 향해 한걸음 내딛자마자 나는 푹 쓰러졌어요. 출렁이는 파도에 익숙해져 단단하고 고정된 땅이 너무나도 어색했어요. 이 정지된 땅에서 혼자 어지러웠어요. 딱딱한 땅 위에서 물살을 가로지르듯 힘겹게 걸었어요. 멀미가 가라앉자 오랜만에 온 육지는 정말 최고였어요. 먹을 게 달리는 나무가 있고 나무 그늘 밑에서 편히 쉴 수도 있고 마실 수 있는 민물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하고 싶었던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몸은 편해도 머리와 마음속에 헤엄치고 있었어요. 결국 다시 떠났습니다. 비록 불편하지만 그래도 편해서요. 나는 다시 떠납니다. 새로운 육지를 만날 때까지, 안녕!
이 글을 썼을 때 나는 육지에 있었다. 바다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썼던 것이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바다로 나왔다. 그토록 갈구했던 바다인데, 생각만큼 기쁘지가 않다. 육지에 오래 있던 탓일까, 나무 그늘이 얼마나 안락했는지 느껴버린 탓일까. 아직은 바다의 파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어색하다. 바다가 두렵다.
표류 4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