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생활 견디는 법 3부
방임형, 권한위임형, 또라이형 리더 다루기
방임형 상사는 구성원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웬만해선 일을 만들지 않고, 경영진 지시가 없는 한, 굳이 나서지도 않는다. 사람도 좋아서 밥도 술도 잘 사준다. 일을 잘하는 구성원이나 못하는 구성원이나 평가는 비슷하다. 승진과 시상도 나이 순으로 나눠 먹는다. 이런 리더 밑에서는 가급적 새로운 일을 만들어선 안된다. 새로운 일을 하면 경영진에 보고해야 해서 부담스럽다. 잘되면 주목 받아 시기질투 당하는 것도 싫고, 자칫 잘못하면 책임져야 하니 더더욱 싫다. 어떻게든 튀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데, 직원들이 자꾸 일을 만드니 불편할 뿐이다. 전형적인 월급쟁이형 리더다. 이런 상사 밑에서는 몸과 마음은 매우 편하겠지만, 3년 후 당신은 바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급적 빨리 다른 조직으로 옮겨야 한다. 만약 참을만하다면 새로운 일 만들지 말고, 웃어드리면서 조용히 지내라.
권한 위임형 상사는 구성원의 역량을 활용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믿고 말 기되, 책임도 묻는다. 신뢰가 쌓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린다. 신뢰하는 직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다치지 않게 막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사는 자기 주도적인 직원들과는 아주 잘 맞지만, 지시형 리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운 상사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제일 편한데 알아서 하라 하니 당황스럽다. 리더가 역량이 있으면 권한 위임형, 역량이 없으면 방임형으로 보이기도 한다. 역량이 있는 권한 위임형은 훌륭한 리더다. 자칫 신뢰 얻은 직원이 권한을 강하게 행사해 다른 구성원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이 유형의 리더에게는 초반에 찍히면 안 된다. 한 번 신뢰한 사람은 계속 믿어주되, 한 번 찍힌 사람은 영원히 찍힌다. 번복이 없다. 첫 대면부터 긴장하고, 아주 작은 지시도 완벽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초기에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무한신뢰가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라이형 상사이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우리 회사에 다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언행을 한다. 대기업에는 없을 것 같다고? 의외로 많다. 인상 깊었던 몇 사례를 들겠다. 이 분은 끊임없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긁어 어깨에는 항상 비듬이 가득했다. 운전은 신발을 벗고 했다. 아무리 높은 분을 모셔도 구두나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 운전대를 잡는데, 가끔 발냄새가 차 안에 진동했다. 구역질 났다. 꼭 퇴근 한 시간 전에 업무를 지시했고, '낼 아침까지 부탁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들고 가 일을 해야 했다. 가끔 돈도 빌려갔다. 이삼만 원씩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면 '아, 그랬나? 미안하다. 내가 안 갚았나?" 하면서 돈을 갚았다가, 그날 저녁 다시 또 '아, 미안한데, 낼까지 꼭 줄 테니 아까 준 돈 다시 좀 꿔줄래?'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성격은 불 같아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내곤 했다. 상사가 너무 미워 백지 한 장에 알고 있는 욕을 다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별명은 또지(또 지랄한다), 아꼭지(아침부터 꼭 지랄한다)였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리더였다.
또한 사람은 기인에 가까웠다. 업무시간에 신문지를 펼쳐 놓고 발톱을 깎았다. 처음에는 '또각또각'소리가 환청인 줄 알았다. 놀라워하니 '월요일은 팀장님 발톱 깎는 날이셔.'라고 선배들이 무심히 말했다. 한 번은 좌식 식당에서 회식을 했는데, 누군가 밥상 밑으로 기어 다니는 거다. 술에 만취한 팀장님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펫이 깔린 곳에서는 카펫 무늬 직선에 맞춰 앞 구르기를 하셨다. 참으로 진풍경이었고, 직원들은 그때마다 환호하며 맞춰 드렸다. 심지어 일을 잘해서 계열사에서 스카우트해 오신 분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병원에 보낼 사람이었다.
현대판 또라이 상사는 아마도 예측 불가능한 상사'일 것이다. 혼내야 할 때 칭찬하고, 칭찬해야 한 때 화를 내는 리더 말이다. 구성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진다. 행동규범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뭘 해야 칭찬받는지, 뭘 안 해야 욕을 안 먹는지 모른다. 요즘은 리더십 평가가 많아 이런 상사들 은 얼마 있다가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너무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상사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단, 험담은 조심하자. 바로 귀에 들어가니 말이다. 이런 또라이 상사들은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사회생활 초기에 만났으니, 요즘은 나아졌길 바란다.
꼰대형, 돌진형, 방임형, 권한위임형, 또라이형 리더로 나누어 각각의 대처법을 알아보았다. 나 는 담당 때는 팀장을 무시했고, 팀장 때는 임원을 무시했다. 잘난 게 없어 보였고, 그저 운이 좋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이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각자의 한 방'을 갖고 그 자리에 간 거였더라. 세월이 바뀌어,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비슷한 리더들은 있을 것이다. 아부를 떨란 말은 아니다. 그저 다양한 리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갈등구조만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손해는 결국 낮은 직급에게 온다. 미래에 저런 리더가 되지 않도록 타산지석 삼으며, 자신을 갈고닦는 것에만 집중하자. 상사는 바꿀 수 없지만, 영원하지도 않다.
성공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말은 참고, 듣고 싶은 말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