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으로 오랫동안 살아남는 법
성과, T자형 인재, 적이 없어야
'상무님은 어떻게 임원이 되셨어요?'후배들에게 참 많이 받은 질문이다. 화려한 학벌, 경력, 인맥 없이, 외부 영입임원도 아닌, 성과만으로 한 발자국씩 승진한 케이스라 더 신기한가 보다.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다. 갖고 있는 역량대비 잘 풀렸다. 모두가 믿어준 상사와 따라준 후배들 덕분이다. 굳이 찾으라면.. 성과가 좋았고, 끌어주는 상사가 있었으며, 반대하는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당시를 돌이켜 몇 가지 승진요인을 정리해 보았다.
우선, 성과가 좋아야 한다. 회사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약해지면 사방에서 물어뜯는다. 성과를 내면 약점이 감춰진다. 반대파의 할 말이 줄어든다. 주어진 목표는 무조건 필달해야 한다. 사상 최소 규모의 승진관문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과였다. 목표비, 전년비 성과가 탁월해 처음으로 경쟁사를 이겼고, 전사 조직 중 최고의 성과를 냈다. 반대의견을 내기 힘든 분위기였다. 영업조직은 성과가 바로 숫자로 나오니 승진에 유리한 편이다. 마케팅이나 스탭조직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후보자가 올라올 경우 의견이 분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T자형 인재가 유리하다. T자형 인재란, 전문성이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다. 예를 들어 뷰티 전공이면서 인터넷, 모바일, 오프라인,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과 Process를 경험한 경우다. 뷰티 전공이라 해도 유사 사업군인 건강식품까지는 부전공으로 경험하는 게 좋다. 패션 전공자라면 언더웨어, 침구 정도까지는 전문성을 갖추는 게 좋다. 이런 전문성 바탕 위에 유통, 브랜드, 제조, 물류 등 여러 조직에서 다양한 관련업무를 한 사람이 유리하다. 전문분야가 협소해서는 안된다. 너무 한 우물만 파면 위로 올라갈수록 활용도가 떨어져 다양한 카드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장, 차장 기간에 가급적 어려운 일, 새로운 일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T자형 인재로 성장해 가라.
리더십을 갖추고, 보여줘야 한다. 리더십은 오너쉽과 책임감으로 대표된다. 훌륭한 리더는 오너쉽을 가지고 방향을 정해주고, 전략실행 시 명확한 의사결정을 해주며,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또,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소통을 잘해야 한다. 착하기만 한 리더는 좋은 리더가 아니다. 밥 많이 사주고, 술 많이 사주는 리더도 좋은 리더가 아니다. 그냥 시간과 돈이 많은 리더다.
팀장 된 지 얼마 안돼 35명 정도의 대팀을 맡았다. 그전까지 소규모의 팀원을 이끌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팀원 전원을 1시간씩 면담했다. 수년동안 인센티브를 못 받았다 했고, 서로 남의 탓만 했다. 면담 내용을 정리해 조직의 좋은 점, 나쁜 점, 개선점, 바라는 점을 구분했다. '가장 중요하고 급한 일' 10가지를 선별해서 즉시 실행했다. 각종 사내 대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매뉴얼 경진대회, 체육대회, 팀별 사진 경진대회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계속 수상하니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존재감 전혀 없던 조직이 처음으로 전사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해서 받았다. 처음에는 바빠 죽겠는데 이런 걸 왜 시키냐고 투덜거리던 직원들도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대회 공지가 뜨면 자연스레 자발적인 TFT가 만들어졌고, 이는 경영진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미다스의 손'이라 극찬하셨고, 경영진에게는 팀워크와 리더십이 좋다는 이미지가 자연스레 심어졌다. 구성원들끼리도 소통이 많아지면서 조직에 활력이 넘쳤다. 얼마 안 가 자연스레 실적은 수직 상승했고, 연말에 전사 최고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사회생활 중 가장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이렇듯 크고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야 구성원들이 따라와 주고, 리더십이 먹힌다.
마지막으로, 승진 즈음에 적이 많으면 안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결과는 어렵다. 적어도 불편한 관계는 없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매우 상대적이어서 상대방을 싫어하면 상대도 나를 싫어한다. 아무리 감추려 애써도 눈빛에, 말투에, 행동에 배어 나온다. 싫은 사람 앞에서도 최대한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불편한 관계라면 용기를 내 먼저 손을 내밀어 풀어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 파트회의, 팀회의 같은 작은 자리부터 인사팀장, 사업부장, 대표, 회장님이 모든 자리에서는 누군가와 사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두 사람 모두 치명적이다. 리더는 때로는 적이 되고, 때로는 친구로 만들어야 하는 자리기에, 모든 사람과 대화와 타협이 되는 사람을 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탁월한 성과를 냈고, 전문성 기반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적이 많지 않은 사람이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