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orean Holiday Food/ Full Moon Day
미국사는 나도
정월대보름이 언제인지 확실히 알게 된 건
계절마다 변하는 우리 집 정원 사진으로 꾸며
오가닉 식탁 멤버들과 공유하는 나의 캘린더 덕분이다.
이 캘린더에는 영어로 쓰인 미국 명절과 한글로 쓰인
한국 명절이 동시에 표기되어 있어서
미국 사는 한국인으로서 년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대부분 젊은 세대들이 잊고 사는
정월대보름날, 미국사는 나는 무엇을 하나?
놀라지 마시라...
나도 오곡밥과 묵나물(건채소)로 특별한 채소밥상을 차린다.
이것은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어릴 때 보여주신 전통인데,
미국서 건나물을 구하기 어려워 더욱 그리워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봄에 들에서 채취한 고사리,
직접 기른 채소들, 수확기에 파머스 마켓에서 사 온 채소들을
말리는 실험과 연습을 한지 어언 10년이 되었고,
그걸 가지고 본격 대보름 음식으로 탄생시키는 연습을 한지도
몇 년째인데, 평소에 반찬이라는 걸 잘 만들지 않는 내가
반찬 때문에 주방에서 가장 오래 서있는 날이기도 한 것이
일 년에 딱 한번 오는 정월 대보름 날이다.
정말 저 달력이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올해 정월대보름은 그냥 지나갈뻔했다.
이날을 위해 작년 한해 바리바리 준비해둔 것도 많은데 말이다.
건나물이 귀한 해외서도 건나물 만드는 방법은 나의 저장 요리 카테고리에 있는
여기서보기 바란다.
나는 정말 이날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정월 대보름이 오면
찰밥(오곡밥)과 9가지 건나물 요리를
전통적으로 내려온 풍습대로 이웃들과 나눠 먹는 미덕도 보여주셨다.
나에게 정월대보름은 엄마의 품이다.
그 당시는 엄마가 하시는 일을 그저 경이롭게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어느새 엄마가 하시던 일을 재연하는 중에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의 정월대보름 요리는 컨셉은 같아도
재료의 선택은 조금씩 달리한다.
이곳은 미국이고, 심플한 삶에 있어
5곡, 9채를 다 갖출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요리하느라 서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더 초간단이다...ㅎㅎ
이번엔 요리보다 과정 사진 때문에
더 많이 서있고 총 걸린 시간도 길어졌을 것이다.
특히 건나물 요리는 잘못하면
질기거나 모래가 씹히거나 맛이 없는데,
몇 년간 연습해본
나의 정월 대보름 건나물 요리의 비법이라면,
첫째, 깨끗하고, 질기지 않은 나물을 얻기위해 되도록 건나물은 직접 만든다.
이때, 건조기를 쓰지 않고 가을햇볕에 바람이나
햇볕드는 실내에서 선풍기로 말리면 영양손실이 적다.
둘째, 요리 시 재료에 따라 기름에 볶아내기와
채소육수로 은근히 끓이면서 볶는 법 두 가지를 병행한다.
셋째, 요리 시 쓰는 양념과 서빙시 쓰는 양념을 따로 하여 맛을 극대화한다.
이렇게 하면
직접적인 상업 조미료나 설탕을 쓰지 않고도
부드럽고 살살 녹는 나만의 건나물 요리를 할 수 있다.
나의 오곡밥은 처음엔 오곡 기준을 따져서 했었지만
올해는 집에 현재 있는 곡식을 사용하는 의미로서 오곡밥이다.
올해의 오곡밥 재료는 백미, 3가지 이상 콩 종류, 치아씨(차조 대신 사용).
내가 사용한 콩은 페친이자 음악 예술가 부부이신
샌프란 시스코 나효신+ 슐츠 선생님이 직접 키워서 보내주신 스칼렛 콩과
평소 가끔 구비하고 있는 칠리용 다양한 콩이다.
이번 콩들은 단단하므로 쌀과 섞기 전, 콩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약 80% 익을 정도로 삶기로 했다.
시간도 벌고 연료절약을 위해 올해는 장작난로 위에 채소육수와 콩, 무청을 삶거나 끓이는 중이다.
다른 것들을 준비하는 동안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채소육수란 멀쩡한 채소가 아닌, B급채소 자투리로 만드는 것인데,
3년전에 나온 이것이 세계최초의 냉파, 절약스타일 다싯물 레시피일것 같다는...ㅎㅎ
오곡밥이 완성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맛을 보니, 아~~ 정말 죽인다.
가장 맛있는 밥을 제공하기 위해 쌀은 먼저 불려두었지만 밥솥의 시작 버튼은
콩을 익혀서 건나물 요리를 하면서 눌렀다.
올해 나의 채소 선택은 작년 가을에 말려서 준비해둔
버섯, 호박+가지, 무청, 고사리와 씀바귀(찬조출연).
씀바귀(뿌리)는 작년 겨울 한국 방문 시에 시장서 사서 호텔서 말려서 가져온이다.
씀바귀는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미국의 한국 그로서리에 가도 없는 것이라 나에겐 매우 귀한 것이다.
모든 건나물의 제조시기는 작년 가을이나 겨울이므로 약 30분 불려도 바로 통통해진다.
이것이 상업 건나물과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무청과 고사리는 삶아서 말린 것인데, 무청은 요리 전 다시 삶아 썼다.
씀바귀를 보관하는 법으로 실험해본 말리기는 완전 획기적인 방법이다.
그대로 잘 말린 씀바귀를 뜨거운 물에 불리면 원래대로 원상복귀된다.
물론, 씀바귀는 매우 쓴맛이 나므로 삶아서 써야한다.
나물은 준비한 양껏 사용하면 되지만, 나는 하루 먹을 분량만 준비하고 나머지 남은
불린 나물들은 육개장에 쓰려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이유는 너무 많이 해두면 계속 먹기가 지겹고,
묵나물을 갑자기 너무 많이 먹는 건 과다 섬유질 섭취가 우려된다(유진생각).
또한 양념이 된 볶은 나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신선도가 떨어진다.
먼저, 팬에 올리브유와 다진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불린 버섯을 넣고 달달 볶는다.
간장, 소금, 깨소금, 들깻가루, 파 등을 소량씩 넣어 양념 후 유리용기에 담는다.
가지나물, 호박고지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고사리와 무청은 같은 방법으로 하되, 중간에 채소육수를 반컵씩 붓고 뚜껑을 닿아
부드럽게 푹 익혀준다. 무청엔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고소함을 강조했다
요리 시엔 참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서빙시에 곁들인다.
다진 파도 요리할 때 다 넣지 말고 조금 남겨 서빙시 컬러 강조를 위해 쓴다.
씀바귀나물은 볶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방법대로 양념에 무쳐서 준비했다.
이렇게 해서 그럭저럭 올해 대보름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
완성된 나물 1인분씩 담아내기.
먼저, 준비한 나물과 밥, 서빙용 양념을 담아낸다.
나물 한 가지, 밥 한 숟가락 이런 식으로 한 가지씩 맛을 의미한다.
양념은 비슷비슷해도 재료가 달라 각기 독특한 맛을 지니기 때문이다.
오곡밥도 곡식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며 씹어본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맛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달걀프라이와 뚜껑이 있는 작은 용기에 따뜻한 국(맑은 된장국)을 함께 서빙하였는데,
밥과 반찬을 따로따로 즐기다가 비벼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여...
올해 나의 정월대보름도 후회 없이 보낼 것이다.
이제 정월 대보름은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그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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